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러시아 정보당국의 해킹을 지원했다고 여겨지는 6개 기업과 러시아 정부, 정보기관 당국자 등 32개 개인·단체를 제재 대상에 올리고, 워싱턴에서 외교관으로 일하는 정부 당국자 10명을 추방하기로 했다. 아울러 미국 금융기관이 러시아 중앙은행과 재무부, 국부펀드가 발행하는 신규 채권을 매입하지 못하도록 조처했다. 이 조치는 6월 14일부터 발효된다.
미국 정부 측은 이번 조처가 러시아의 행위에 책임을 지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CNN방송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는 사이버침입, 대선 개입 등 러시아의 유해한 행위로부터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비례적 조치”라며 “중대하고 수용할 만한 대응을 하기 위한 목적일 뿐, 상황을 악화시키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트위터에서 “미국은 해로운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 정부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조치를 취했다”며 “우리는 러시아의 적대적 행위에 대해 계속해서 책임을 지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작년 12월 미국 국무부·재무부·상무부·국토안보부·국립보건원 등 미국 공공기관 9곳과 주요 기업 100여 곳에 대한 사이버 해킹 공격에 따른 대응이다. 당시 해커들은 미국 네트워크 안보 회사를 해킹해 동사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패치에 악성 프로그램을 심는 방식으로 이들 기관과 회사의 전산망에 접근했다. 미국은 해킹 공격의 배후에 러시아 정보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국 정보 당국은 러시아 정부가 지난해 대선 정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공작 활동을 벌인 것으로 파악했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지난달 ‘2020년 미국 연방선거에 대한 외세의 위협’이라는 내용의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작년 대선 국면 때 자국의 정보기관과 연결된 대리자들을 이용, 바이든 대통령을 표적으로 한 근거 없는 정보 및 의혹을 미국 언론·정부 관리·유력인사·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 등에 퍼뜨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자국의 공작 활동을 인지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2016년 대선 때처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위해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방하는 내용의 정보 공작을 직접 지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