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식기 절제한 중성화 수술…동물 커뮤니티 “상식 벗어난 수술” 논란
전문가 “정당한 사유 있는지 따져야”…관할시청 “동물 학대 형사 고발”
경기 시흥 소재 한 동물병원에서 주인이 없는 수컷 강아지의 생식기를 도려내는 방식의 중성화 수술을 진행한 뒤 동물보호소에 보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3월 말 유기동물 관련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에 2㎏대 강아지 ‘깜순이’에 대한 사연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전날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로 들어온 깜순이를 처음 봤다고 말문을 열었다.
어린 강아지의 상태는 참혹했다. 배에서 항문 아래까지 길게 이어진 봉합 부위는 터질 듯 아슬아슬하게 박혀 있었고, 목의 상처에서는 흘러나온 고름에 털이 엉겨 붙어 있었다.
깜순이는 한 동물병원에서 들어온 강아지였다. 해당 동물병원에서 분양이 되지 않자 성대 제거와 중성화 수술을 하고 보호소로 보내 버렸다는 것. 동물병원장은 “너무 짖어서 성대수술을 했다”면서 “병원에서 밥을 잘 먹었기에 동물보호소로 보냈다”고 했다. 협회 관계자가 ‘목에 상처가 벌어져 있다’고 묻자 “농이 흘러 일부로 열어뒀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음날 보호소 수의사가 진찰한 깜순이의 상태는 심각했다. 복부 봉합 일부가 터지고, 기도에는 천공까지 나 있었다. 설상가상 치사율이 높은 파보 바이러스(CPV·어린 개에서 출혈성 장염을 일으키는 급성 위장관 질환)와 지알디아(Giardia·기생충) 감염증까지 양성 판정을 받았다.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 깜순이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며칠 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을 밝혀졌다. 깜순이의 복부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초음파 검사를 했는데 방광과 연결된 전립선이 보였다. 한 마디로 깜순이는 암컷이 아니라 ‘수컷’이었던 것.
게시글 작성자는 “중성화 수술 형태를 보고 암컷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외부 생식기를 통째 잘라내고 소변 배출을 위한 작은 구멍만 뚫려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수컷 강아지 중성화 수술은 보통 음낭을 절개해 고환만 제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협회 관계자는 “깜순이의 수술 전 상태를 몰라 왜 생식기를 잘라내는 큰 수술을 했는지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른 동물병원 관계자는 “수의사가 봐도 이런 방식은 일반적인 중성화 수술 방법이 아니다”라며 “정당한 사유 없이 일반적인 중성화 수술 방법을 따르지 않고, 고의로 과대한 수술을 했다면 동물보호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수술을 집도한 수의사의 해명이 필요한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법 제8조 동물학대 등의 금지에 따르면 4항에 ‘수의학적 처치의 필요, 동물로 인한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의 피해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제11조 동물의 수술에 있어 ‘거세, 뿔 없애기, 꼬리 자르기 등 동물에 대한 외과적 수술을 하는 사람은 수의학적 방법에 따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관할 지자체인 시흥시청에서는 해당 동물병원을 동물 학대 혐의로 고발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청 축수산과 동물복지팀 관계자는 “동물 학대 혐의로 이번주 내에 형사 고발할 계획”이라면서 “해당 병원에서 깜순이에게 행해진 의료 행위는 사실이기에 형사 고발하고 검찰·경찰의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깜순이의 사연은 온라인 동물 커뮤니티를 통해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해당 게시물을 접한 네티즌들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린 애기를 완전 난도질을 해놨다. 진짜 천벌 받아야 한다”, “어떻게 저렇게 만들고 수의사라 할 수 있나”, “연습 삼아 해본 수술 아니냐, 사람이라는 게 너무 미안하다”면서 해당 동물병원에 대한 분노와 함께, “어서 회복해서 좋은 가족을 만났으면 좋겠다”, “이제 아픔 없이 행복하지자”, “얼마나 힘들었을까”와 같은 깜순이를 향한 응원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