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학원의 효시로 불리며 우리나라 입시학원 업계의 역사를 이끌어온 종로학원의 명성이 흔들리고 있다. 중견 교육 전문 업체 하늘교육으로 피인수된 이후 연속된 실적 악화와 이로 인해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10일 종로학원이 최대주주 변경 이후 처음으로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학원은 지난해 매출 154억 원에 19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영업외적인 수익과 비용 지출이 비슷해 순손실은 영업손실과 유사한 19억 원을 기록했다.
종로학원은 대성학원과 더불어 국내 입시학원 업계의 쌍두마차로 잘 알려져 있다. 1965년 4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부친인 고 정경진 창립자가 설립했다. 초창기 강사 중에는 ‘수학의 정석’의 저자인 홍성대 상산학원 이사장이 몸담고 있기도 했다.
종로학원은 다수의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하며 재수학원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특히 1990년대에는 거의 매년 학원생 2100명 중 서울대 1000여 명, 연고대 1000여 명을 합격시키며 우리나라 입시사에 큰 획을 그었다.
하지만 1994년 수능 도입을 비롯해 1996년 본고사 폐지 등 대학 입시 제도의 급격한 변화와 스타 강사의 이탈 등으로 과거의 위상을 잃기 시작했다. 아울러 2014년 하늘교육으로 피인수된 이후로는 실적 악화가 거듭돼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됐다.
종로학원은 매각을 위해 2014년 서울PMC(옛 입시연구사)로부터 분할했다. 당시 하늘교육은 최대주주인 정태영 부회장 지분 73% 외에 모든 지분을 400억 원대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결과 종로학원은 매각 당시에도 재무 안정성이 열악했다. 매각 직후인 2015년 부채비율은 759.8%에 달했으나 2015~2016년 2억~4억 원대의 순이익을 거두며 부채비율은 398.1%로 낮아졌다. 당시 자본총계는 8억여 원, 부채총계는 34억 원이다.
그러나 감사보고서 등 공적 자료로 확인이 되지 않는 2017~2018년을 비롯해 작년까지 연속된 적작에 재무 안정성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특히 최근 2년간 종로학원이 낸 순손실은 36억 원이며 2018년까지 쌓인 27억 원에 더해 결손금은 63억 원으로 불어났다. 작년 말 현재 종로학원의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61억 원, 자산총계는 37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회사가 가진 자산보다 빚이 더 많아 회사를 청산하더라도 건질 수 있는 게 없다는 의미다.
특히 종로학원이 현재의 사업구조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점은 더욱 큰 문제다. 종로학원은 2019~2020년에 각각 184억 원, 154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작년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매출 감소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종로학원은 매출 규모가 줄면서 광고비를 비롯해 진학자료와 도서인쇄, 지급수수료 등 줄일 수 있는 부분에서 지출을 최소화했다. 그러나 학원 운영에 든 총판관비는 각각 201억 원, 173억 원으로 매출보다 더 많았다. 30억 원이 넘는 지급임차료 지출에서 3억 원가량 절감했으나 70억 원이 넘는 강사료 지출은 변동이 없었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강사료는 전체 판관비의 41%를 차지할 정도로 학원 운영에 부담이 되고 있다.
한편 종로학원의 작년 부채는 전년 84억 원에서 98억 원으로 늘었다. 미지급금과 선수금이 소폭 늘어난 가운데 임대보증금이 19억 원에서 41억 원으로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