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계 빚이 1700조 원을 돌파하면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주택·주식 투자 광풍에 편승한 ‘빚투(빚내서 투자)’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충격에 따른 생계형 대출이 늘면서 1년 전보다 126조 원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씀씀이는 쪼글아들었다. 유동성이 과도하게 자산시장에 쏠린 데다, 코로나19 확산세 지속으로 외부활동이 위축돼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가계신용 잔액이 1726조1000억 원으로 전년 말보다 125조8000억 원(7.9%) 증가했다고 23일 밝혔다. 증가 폭은 2016년(139조4000억 원) 이후, 증가율은 2017년(8.1%) 이후 최대다.
부문별로 가계대출 잔액은 1630조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주택담보대출은 전년보다 68조8000억 원(8.0%) 증가한 910조6000억 원, 기타대출은 57조8000억 원(8.7%) 증가한 57조8000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기타대출 일부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 강화 등으로 주담대가 제한된 데 따른 풍선효과로 추정된다.
가계대출 증가에 비해 소비는 부진했다. 신용카드 등 여신전문기관과 백화점·자동차회사 등 판매회사의 판매신용은 2000억 원(0.2%) 늘어난 95조9000억 원에 그쳤다. 2004년 1조4000억 원(5.1%) 감소한 이래 최소 증가 폭이다. 이조차 긴급재난지원금, 소비쿠폰 지원 등 정책효과를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다.
이는 가계대출 증가분이 주로 주택·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유입됐음을 의미한다. 주택시장에선 30대 이하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을 주도했다. 30대 이하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은 지난해 8월(40.4%) 처음으로 40%를 돌파한 데 이어 올해까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선 개인 투자자들이 지난해 코스피·코스닥·코넥스에서 총 63조9240억 원어치를 쓸어 담았다.
기관별로는 예금은행이 82조2000억 원(10.7%) 급증한 849조9000억 원을 기록했다. 저축은행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323조8000억 원으로 7조6000억 원(2.4%) 느는 데 그쳤다. 다만 직전 최고치였던 2018년 말(320조8000억 원) 잔액을 2년 만에 경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