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과거 빅딜을 했던 외국 항공사들과 달리 인력 감축을 하지 않고 화물 운송을 중심으로 사업 확대를 추진한다.
대한항공은 조원태 회장 등 최고 경영진들이 직접 나서 구조조정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형 인수합병을 했던 일부 외항사들은 빅딜 직후 경영난 등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했다.
2008년 노스웨스트항공을 사들인 미국 델타항공은 합병 이후 감원을 시행했다. 인수 이전에도 약 4000명을 감원했는데 추가로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따른 여행 수요 감소, 인수 이후 재정 악화에 따른 영향이다.
2010년 콘티넨털항공을 인수한 미국 유나이티드항공도 구조조정을 했다. 구조조정 대상자에는 주요 경영진도 포함됐었다.
감원 이후 2010년 유나이티드항공의 직원 수는 전년 대비 3.4% 감소했다. 콘티넨털항공의 직원 수도 7.6% 줄었다.
독일 루프트한자는 2017년 에어베를린을 인수하면서 에어베를린 직원 8500명 중 3000명만 고용 승계했다.
외항사들의 전례 때문에 대한항공ㆍ아시아나항공의 5개 노조는 16일 대한항공 발표 이후 곧바로 합병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일각의 우려에 대한항공은 일찌감치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조 회장은 1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모든 직원을 품고 가족으로 맞이해서 함께할 기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현재까지 양사 중복된 인력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고 인정하면서 “노선과 사업 확장성을 고려하면 현재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또한 20일 "대한항공이 창사 51년이 됐는데 그동안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한 번도 한 적 없다"며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고 해도 이런 기조를 유지한다는 것은 근로자, 노동자도 이해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코로나19 사태가 2월부터 9개월 가까이 계속되고 있으나 한 명의 직원도 인위적으로 내보내지 않았다”라며 “노조가 이에 관해 우려가 있다면 오해를 풀도록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해고가 비교적 쉬운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며 “대한항공이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포스트 코로나 대비 차원에서 체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대한항공은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지 않기 위해 화물 사업에 집중해 수익 방어에 나선다. 화물 사업을 둘러싼 환경도 긍정적이다.
4분기 화물 성수기에 접어들면서 운임은 계속 오르고 있다. 홍콩에서 발표하는 TAC 항공운임지수에 따르면 홍콩~북미 노선 기준 지난달 평균 화물운임은 ㎏당 5.66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3.49달러)과 비교했을 때 62% 증가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이후 더욱 늘어날 화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도 마쳤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화물사업본부 내 백신 수송 관련 업무를 다루는 전담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