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창사 51년이 됐는데 그동안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한 번도 한 적 없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고 해도 이런 기조를 유지한다는 것은 근로자, 노동자도 이해할 것이라 생각한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2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22차 관광산업위원회를 마치고 기자들을 만나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2월부터 9개월 가까이 계속되고 있으나 한 명의 직원도 인위적으로 내보내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와도 시점을 정해놓고 만나는 게 아니라 항상 이에 관해 이야기하고 우려가 있다면 오해를 풀도록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의 구조조정 가능성도 없을 것이라 밝혔다. 우 사장은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는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것으로 계약에 넣었다”며 “협력업체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겠지만, 아시아나 자회사가 안정되면 협력업체도 안정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날 대한항공-아시아나 노동조합 공동 대책위원회는 19일까지 노사정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으나 정부가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구조조정 없이 인수합병을 이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발표하라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합병 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중복노선 통폐합에 대해서는 “저희는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우 사장은 “인력 구조조정이 없기 때문에 통폐합보다는 합리화를 해서 지금의 규모와 인력을 유지하는 방안으로 할 것”이라며 “새로운 목적지를 추가한다든가, 요일을 조정하거나 여러 기재 사이즈를 재조정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결합신고가 끝난 후 합병이 이뤄지기 때문에 빨라도 2년이 걸릴 것”이라며 “그 전까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독자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KCGI가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한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정에 신주발행금지가처분을 제기한 데 대해서는 “2주 내로는 결론이 날 것”이라며 “법원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해 주실 것으로 생각하고 저희도 그에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자 연합’과의 협력 가능성에는 “거기까지 생각한 적 없다”면서 “3자 연합 이슈보다 대한항공 사장으로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통합하고 어떻게 시너지를 만들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 사장은 항공사 국유화 우려에 대해 “국유화는 극단적인 얘기”라며 “국가 자금이 들어갔기 때문에 산업은행이 감시와 견제를 하는 것이며 산은이 경영하는 게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될 때와 달리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되자 인수에 관심을 가진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코로나 시대에 별도 항공사가 생존하는 게 쉽지 않겠다는 인식을 같이해서 추진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때도 관심이 있었지만 경쟁 입찰을 거쳐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상황에 통합 비용이 부담될 것이라는 지적에는 “‘어마 무시’하게 돈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우 사장은 “항공과 관련이 없는 회사가 인수한다면 비용이 더 많이 들 것”이라면서 “물론 할 일이 많겠지만 ‘스무스’하게 갈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여객 및 화물시스템에 같은 시스템을 쓰고 있어 IT 통합에 드는 비용 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동반 부실 우려에는 “저희가 내년에 시장에서 2조5000억 원을 증자할 계획인데 주주분들의 호응이 높다고 보고 있다”라면서 “빚이 아닌 증자, 장기적인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받아서 부실의 위험을 훨씬 줄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과점으로 인한 항공 요금 인상 우려에 대해서는 “그런 우려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천공항 슬롯 점유율은 양사가 합쳐서 40%다. 독과점이 안 된다”고 해명했다.
우 사장은 “해외공항 데이터를 보면 미국 항공사의 경우 허브 점유율이 90%에 달하기도 한다”면서 “인천공항 슬롯 점유율 40%면 독과점이 쉽지 않은 구조”라고 덧붙였다.
마일리지 통합은 “지금은 아이디어가 없다”면서도 합병 이후에 이뤄지기 때문에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고 언급했다.
우 사장은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가 얼마나 있는지 모른다”며 “실사를 하고, 양사 기존 회원들 등을 신중하게 검토해서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논의된 ‘트래블 버블’에 대해서는 “코로나 상황이 워낙 위중하여서 저희가 정부에 적극 건의를 여러 번 했다”면서 “업계 의견을 드렸기 때문에 동감했을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