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싸고 조원태 회장과 갈등을 벌이고 있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20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산업은행과 일부 정책당국의 항공업 통합에 대한 궁여지책이며,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동참하게 된 참사"라고 비판했다.
KCGI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인수 과정에서 한진칼과 대한항공 주주들 및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은 희생되고 있다"며 "사회적 합의와 공정한 절차가 무시됨은 물론 국민의 혈세가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KCGI는 항공업 통합의 대의에 대한 정부 당국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절차와 과정은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1년 반 이상을 준비하고 실사한 현대산업개발도 검증하지 못한 아시아나항공의 부실을 합리적인 실사나 정당한 절차도 밟지도 않고 국책은행이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떠넘기는 것은 안 된다"며 "이로 인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행렬이 이어진다면 소액투자자의 피해만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은이 제3자 배정 보통주 증자 과정을 통해 합병을 추진하는 점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KCGI는 "한진칼은 다양한 자금조달 방법으로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다"며 "이번 딜은 조원태 회장 측이 원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이 강성부 KCGI 대표가 협상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19일 발언한 것과 관련해서는 "KCGI가 운용하는 펀드에 무한책임사원으로 출자하고 있다"며 "펀드매니저로서 저희가 투자자를 위해 느끼는 엄중한 관리책임은 국책은행 임직원들께서 국민의 세금을 관리하는 무게보다 결코 작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도 금융시장에서 선량한 관리자의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투자자의 자금을 관리하는 은행, 보험, 증권 등 국내외 금융인들을 폄하하는 인식이 매우 아쉬울 따름이다"고 덧붙였다.
KCGI는 마지막으로 "국책은행과 정책당국이 지금이라도 민간기업 경영권간섭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는 합리적인 방식을 택해 더 이상은 소모적인 논쟁이 확대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