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한국형 헬기 개발사업’을 추진하다 발생한 초과비용 126억 원을 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달 KAI가 정부를 상대로 낸 정산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KAI는 2006년 방위사업청과 한국형 헬기 민·군 겸용 핵심 구성품을 연구·개발해 공급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정부출연 1064억여 원, 업체투자 266억여 원 등 총 협약금액은 1330억여 원으로 정했다.
KAI는 개발과정에서 물가와 환율상승으로 126억여 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해 정산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2013년 정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모두 정부가 초과비용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다만 청구액 전액을 인정한 1심과 달리 2심은 출연금 분담비율 80%에 맞춰 101억 원을 정부가 지급하도록 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민사소송이 아닌 행정소송으로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하면서 사건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당시 대법원은 KAI와 정부가 체결한 협약은 사법상 계약이 아닌 국가와 국민 사이의 공법관계에 해당해 개인 간 분쟁을 다루는 민사재판이 아니라 공법적 법률분쟁을 다루는 행정재판으로 처리해야 한다며 파기이송했다.
파기이송사건을 심리한 서울행정법원은 “협약에 따르면 정부에 당연히 초과비용을 지급할 의무가 발생한다고는 볼 수 없다”며 “초과비용 지급에 묵시적 승인, 확정적 승인의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협약은 원칙적으로 초과비용을 인정하지 않고, 예외적으로 정부의 승인분에 한해 사업비 증가에 따른 협약변경을 하고 초과비용을 지급할 수 있도록 약정했다.
1심은 이 협약에는 ‘물가변동 등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에 대한 내용을 담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 19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국가계약법 시행령에서 금지하는 부당특약에 해당하거나 신뢰 보호의 원칙,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파기이송 2심도 “환율변동 등으로 인한 초과비용의 지급을 위해 정부에 협약상 협약변경, 승인 정산 등의 절차를 진행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원심판단이 옳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