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과 토요타 등은 점유율 내줘
유럽서 친환경차 앞세워 선방
기아차, 팬데믹 이후 첫 반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가 부침을 겪는 사이 한국차가 글로벌 곳곳에서 약진 중이다. 현대ㆍ기아차의 최근 미국 시장점유율은 전성기였던 2011년 수준(8.9%)을 회복했다.
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3월 11일) 이후 6개월(2020년 3~8월) 동안 한국차의 미국 점유율은 8.9%에 달했다. 정몽구 회장이 양적 성장을 주도했던 2011년 당시 점유율(8.9%)을 9년 만에 회복한 셈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 3개월 사이 점유율이 7.7%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1.1% 포인트 상승한 규모다.
한국차의 현지 점유율이 상승한 6개월 사이 미국 GM의 점유율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1.8% 포인트 하락했다. 이밖에 △토요타(-0.3%P)와 △닛산(-1.2%P), 미쓰비시(-0.4%P)도 각각 점유율을 내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한국차의 약진은 SUV를 포함한 제품 다양화, 셧다운 없이 수출물량을 효율적으로 생산한 국내 제조사의 생산 전략 등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팰리세이드(수출)와 텔루라이드(현지 생산)를 앞세워 미국 SUV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나아가 현대차 베뉴와 기아차 셀토스 등 소형 SUV도 제품 다양화 전략에 합류하면서 힘을 보태고 있다.
여기에 철저한 방역 속에서 국내공장 가동을 지속한 것도 미국 점유율을 확대하는데 주효했다. 덕분에 미국의 '봉쇄령 해제'(2020년 6월) 직후 빠르게 증가한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유럽에서는 친환경차가 효자였다. 전체 유럽 판매는 소폭 줄었으나, 전기차 판매는 오히려 증가했다.
현대ㆍ기아차는 8월 한 달간 서유럽에서만 전기차 9619대를 팔았다. 작년 같은 기간(3080대)과 비교하면 무려 212%나 증가했다. 8월 누적 전기차 판매가 이미 3만9000여 대에 달해 작년 실적(3만8596대)을 넘어섰다.
유럽시장 전기차 판매 확대를 발판 삼아 현대ㆍ기아차의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4위로 급상승했다.
7월 누적 기준, △테슬라(19만1971대) △르노-닛산(8만6189대) △폭스바겐(7만5228대)이 차례로 1~3위를 차지했다. 현대ㆍ기아차는 4만8570대를 판매해 4위에 이름을 올렸다. 5위는 중국 BYD(4만2340대)였다.
거대 시장으로 성장 중인 인도에서도 유의미한 수치를 뽑아냈다.
현대차는 9월 한 달 동안 인도에서 5만313대를 판매했다. 전월(4만5809대) 대비 10% 증가했고, 지난해 9월(4만705대)과 비교하면 24%나 차 판매가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인 4월에는 월 판매가 0대까지 추락했으나 △5월(6883대)과 △6월(2만1320대) △7월(3만8200대) 판매가 꾸준히 반등세를 유지했다.
이 기간 기아차 역시 인도 진출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며 선방했다. 9월 판매는 1만8676대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47% 증가세를 기록했다. 기아차의 인도 약진은 셀토스를 중심으로 한 소형 SUV가 주도했다.
이처럼 미국과 유럽, 인도로 이어지는 선전 덕에 현대ㆍ기아차를 중심으로 한 한국차는 코로나 쇼크에서 점진적으로 탈출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감소 폭(전년 대비)을 꾸준히 줄이고 있다.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 실적은 코로나19 범유행(3월 11일)이 선언된 3월에 20.9%까지 감소했다. 쇼크가 본격화된 2분기에는 4월(-56.9%)과 5월(-39.3%), 6월(-22.7%)까지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반면 3분기 들어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는 7월과 8월에 각각 -12.5%와 -14.2%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달에는 36만762대를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감소폭을 -5.3%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첫 한 자릿수 감소폭이다.
기아차는 오히려 반등에 성공했다. 팬데믹 선언 직후인 지난 4월 글로벌 판매가 -41.1% 수준까지 하락했던 기아차는 8월 -5.2% 수준까지 회복했다.
이어 9월 글로벌 판매는 오히려 전년 대비 10.3%나 증가한 26만23대를 기록했다. 잇따른 신차 효과를 앞세워 코로나19 쇼크를 벗어난 셈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현대ㆍ기아차를 중심으로 3분기부터 우리 자동차 산업이 뚜렷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며 "한국지엠도 수출이 증가했고, 르노삼성의 주력 모델 유럽 수출이 확정되는 만큼, 세계 시장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중"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