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만이 세계 경제를 침체의 늪에서 구원해 줄 유일한 희망일까.
막상 코로나19 백신 출시가 가시화하자 백신이 세계 경제에 특효약이 아니라는 경계론이 제기되고 있다.
6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울프슨 경제학상을 수상한 영국 캐피털 이코노믹스 그룹의 닐 셰어링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연구 보고서에서 “일단 코로나19 백신이 승인되면 다양한 잠재적 영향이 경제에 미칠 것”이라면서도 “백신이 내년 경제 전망을 완전히 뒤바꿔 놓을 것이라는 가정은 틀렸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시나리오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와 여행 제한 같은 조치들이 당분간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신이 나와도 경제 정상화까지는 요원하다는 의미다.
그동안 백신은 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된 세계 경제를 빠르게 회복시켜줄 ‘특효약(magic bullet)’처럼 선전되어 왔다. 백신과 관련한 희소식이 나올 때마다 세계 증시는 환호했다. 일단 백신이 나오기만 하면 글로벌 경제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달콤한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CNN은 셰어링의 분석을 인용해 △백신 자체의 제한적인 효과 △백신의 공급 및 배포 문제 △백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문제 등을 들며 백신이 세계 경제까지 치료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선, 백신 자체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게 문제다. 일반적으로 백신은 코로나19에 100% 효과적이지 않은 데다 복용량도 제한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백신이 적어도 70%의 효과가 있기를 희망한다면서도 승인 기준으로는 ‘예방 효과 50% 이상’을 제시했다. 이는 백신을 맞더라도 여전히 감염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이런 감염 위험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일하거나 소비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백신 공급도 과제다. 셰어링에 따르면 백신 개발업체들은 올해 10억 회분, 내년에는 70억 회분의 백신 유통이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는 현재 개발 중인 백신들이 모두 승인을 받았다는 가정하에 나온 것으로, 실제 공급량은 이보다 훨씬 적을 수 있다. 아울러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서는 전문 바늘과 주사기가 필요한데, 미국을 포함한 다수의 국가에서는 물량이 충분치 않다. 백신을 보관할 유리병을 만들기 위한 자원도 부족하다. WHO는 지난 4일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내년 중반까지는 광범위한 접종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결정적인 것은 이런 일련의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정작 많은 사람이 백신 접종을 꺼린다는 것이다. 도이체방크 조사에 따르면 백신이 6개월 안에 승인이 났을 때 프랑스인의 61%만이 백신을 맞겠다고 했다. 미국과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에서의 조사에서도 70~75%만이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했다. 특히 유럽에서는 전체 인구의 절반만이 백신이 안전하다는 데 동의했다.
셰어링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를 전망하는 관점에서 이 문제는 백신이 있든 없든 간단하지 않다”고 결론 지었다.
영국 질병 전문가 제러미 파라르도 6일 가디언 기고에서 “어떤 백신도 마법처럼 우리를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되돌려주지 않는다”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상황에서 백신이 유일한 출구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개발 속도와 규모, 비용 등을 감안했을 때 백신에 대한 막연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