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위한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 발표가 올 연말로 다가오면서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에선 긴장 섞인 눈으로 귀추를 바라보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조건부 허용을 전제로 가구 간 내력벽 철거 안전성 연구 용역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여러 시나리오를 세워놓고 내력벽 철거가 건축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국토교통부도 일도양단식으로 내력벽 철거를 결정하기보다는 일정한 조건을 내세우는 식으로 정책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내력벽량의 몇 % 철거를 허용한다거나, 철거를 허용하되 구조 보강 및 안전장치 설치를 요구하는 식으로 결론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2016년에도 국토부는 내력벽 철거로 하중이 늘어나는 건물 기초부 말뚝이 전체 말뚝의 10% 이하일 때 내력벽 철거를 허용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안전진단 강화로 재건축 어려운 1기 신도시, 수직증축이 대안
내력벽 철거 허용에 가장 관심이 높은 지역은 분당과 일산 등 수도권 1기 신도시다. 내년부터 준공 30년 차를 맞는 노후 아파트가 줄줄이 나오지만 기존 용적률이 200% 안팎인 단지가 많아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져서다. 최근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되면서 재건축 승인도 어려워졌다.
리모델링이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리모델링은 재건축보다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다 안전진단 기준이나 노후도 조건도 느슨하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 사이에선 가능만 하다면 수직증축이 수평증축(기존 아파트 옆에 새 아파트를 덧붙여 짓는 방식)보다 더 낫다는 게 중론이다. 리모델링 후 늘어나는 가구 수가 더 많아 분양 수익도 더 많이 얻을 수 있어서다.
이때 관건이 내력벽 철거다. 벽면 일부를 철거하지 않고 수직증축을 하면 설계 변경이 어려워 실내 공간이 앞과 뒤로만 긴 동굴형 구조가 나온다. 실내 동선이 복잡해질 뿐 아니라 채광이나 통풍 등도 나빠진다. 수직증축 단지들이 건설기술연구원 용역을 애타게 기다린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소형 평형 위주로 구성된 단지에선 리모델링을 위해 내력벽 철거가 절실하다. 유일한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장은 "전용면적 85㎡ 이하 소형 평형은 내력벽을 철거하지 않고 증축하면 실내 공간이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며 "매력적인 평면을 제공하지 못하면 주민 동의를 얻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반 강도ㆍ단지 규모가 안전성ㆍ사업성 좌우
리모델링 업계에선 아파트 정밀구조 진단 결과에 따라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가 갈릴 가능성이 큰 만큼 유불리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예상한다. 말뚝 등 건물 기초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일이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선 지반 등이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1기 신도시 아파트 70~80%가 말뚝으로 하중을 지탱하는 구조"라며 "수직증축을 하려면 건물 안전성을 보강하기 위한 말뚝을 박아야 하는데 지반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단지 규모도 리모델링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아파트를 위로 더 올리는 수직증축은 공사 과정에서 일조권 침해 논란이 일 수 있다. 업계에선 이 같은 논란을 피할 수 있는 대규모 단지에서 리모델링 사업이 더 원활히 추진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