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 머스크가 운영하는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는 인터넷 방송을 통해 ‘거트루드’라는 돼지를 소개했다. 이 돼지는 직경 23mm, 두께 8mm 동전 모양의 ‘링크(the Link)’라 불리는 장치를 뇌에 심고 2개월 동안 생활했다.
링크라는 디바이스를 인간의 두개골에 심어 근거리 무선 장치를 사용해 외부 컴퓨터와 연결하는 구상이다. 뇌에서 생각만 해도 자동차를 부르거나 비디오 게임을 조작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다. 실제로 이날 발표회에서는 수의사가 돼지의 코를 칠 때마다 돼지가 움직이면서 뇌로 전달되는 신호를 칩이 실시간으로 수집해 기록하는 장면도 시연됐다.
머스크 CEO는 이 칩을 두고 ‘두개골의 핏빗(Fitbit)’이라고 했다. 핏빗은 운동량과 심장 박동수, 수면 시간 등 신체 반응을 측정해 데이터화하는 스마트워치다.
2016년 설립된 뉴럴링크는 컴퓨터 칩을 인간의 두뇌에 이식해 질병 치료에 획기적 진전을 가져오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이날 행사는 뉴럴링크 칩 개발에 참여할 우수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열렸다. 뉴럴링크는 현재 100명 정도인 인력을 1만 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머스크는 이날 발표회에서 “이 칩을 사람 뇌에 이식하면 퇴행성 질환, 시각·촉각·청각 손상, 우울증, 불면증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현존하는 기술이 위험하고 복잡하고 비싼 반면, 로봇을 이용한 칩 이식술은 더 저렴하고, 두뇌 조직에 미치는 영향도 덜해 획기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링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의료 기기로 우선 심사를 받을 수 있는 ‘브레이크 스루 디바이스’로 지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분간 척수 손상에 의한 마비 환자 치료 목적으로 임상 시험을 진행하며, 장기적으로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머스크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생을 꿈꾸고 있다. 인간의 생각을 읽고 뇌파로 소통할 수 있는 수준까지 나아가도록 곧 인체 시험에도 착수할 계획이다.
다만 안전은 늘 따라붙는 과제다. 채드 부턴 페인스타인의학연구소 부소장은 “어떤 종류의 외과 수술에도 감염 가능성 등 안전 우려가 있다”면서 “결코 시시한 것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뉴럴링크는 올해 인체 실험을 하는 게 목표이지만 서두르지 않을 것이며 준비가 되면 실행할 것임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