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미의 소비자 세상] 네이버 차보험 견적비교 사업, 소비자 보호 최우선돼야

입력 2020-08-1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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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공동대표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이 자동차보험 견적비교 서비스 사업을 시작하려다 제동이 걸렸다. 막강한 플랫폼을 믿고 자동차보험사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해 보험사들이 제휴 불참 의사를 밝혔다는 내용이 최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언론 보도와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DB손해보험과 KB손해보험, 현대해상화재보험 3개 손보사는 최근까지 네이버파이낸셜과 자동차보험 서비스 제휴를 논의해 왔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인터넷에서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려는 소비자들에게 손해보험사들의 보험료를 비교해주는 서비스를 통해 보험 계약을 유도하고 손보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사업을 펼칠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달 초 DB손보가 네이버파이낸셜과 업무 협의를 중단한 데 이어, KB손보도 협력 논의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네이버 쪽에 지급해야 할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는 판단에서라고 한다. 삼성화재는 처음부터 사업에 불참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이 서비스로 확보된 신규 보험 가입자에 대해 보험료의 11%에 이르는 수수료 또는 광고료를 부과하는 조건을 보험사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네이버 쪽은 보험사들과 수수료 조건을 협의한 사실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온라인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이 4개 회사의 점유율은 전체의 95%로, 삼성화재의 점유율이 53%로 압도적이다. 이어 현대해상(15%), DB손보(14%), KB손보(13%) 순이다.

언론을 통해 이런 논의를 접하고 필자가 일하는 녹색소비자연대는 네이버파이낸셜이 상한선이 없는 광고료로 손보업계와 계약을 할 경우 향후 소비자 권익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해 성명서 발표를 검토하고 있었다. 현재 금융당국이 정한 자동차보험 판매 수수료 상한선은 14%다. 전화마케팅(TM)의 수수료율은 5∼10%, 손보사가 외부 법인대리점(GA)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12∼14%인데, 단지 플랫폼만 제공하는 네이버가 11%를 요구했다면 높은 수준이라 할만하다.

보험사로서는 네이버 쪽과 광고료로 계약할 경우 향후 네이버가 그 비율을 14%보다 더 높여도 막을 방법이 없다. 상한선이 있는 수수료와 달리 광고료는 상한선이 없다는 점에서 네이버에는 더 매력적일 것이다.

이렇게 규제를 우회할 경우 장차 소비자에게 비용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네이버에서 여러 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료를 비교한 뒤 곧바로 가입할 경우 소비자들의 편의성은 좋아지게 된다. 하지만 현재 검색 광고시장에서 높은 시장지배력으로 광고비 인상 논란을 빚고 있는 네이버가 온라인 자동차보험시장을 장악하게 되면 손보사들에 받을 광고료를 인상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광고료가 인상되면 손보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료 인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우리 녹색소비자연대가 성명서를 내려고 했던 이유다. 소비자 권익 보호 활동을 하는 소비자단체로서 특정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이익 확대를 앞세운 불공정한 사업 제휴 시도를 나몰라라 할 수는 없다.

이 문제와는 별도로 네이버가 자동차보험 견적비교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에 대한 수수료(광고료)를 받는 것은 보험모집 행위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 9일 보험연구원이 내놓은 ‘EU의 온라인 보험판매 규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온라인 보험마케팅의 보험모집 규제 범위에 대한 규제 불명확성을 해결하기 위해 2018년 시행한 ‘보험상품판매지침’에 인터넷을 통한 보험상품 정보제공 내지 가격 등 비교 행위가 ‘보험판매’에 해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규제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이 지침의 해석대로라면 네이버파이낸셜의 자동차보험 견적비교 서비스는 보험모집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네이버파이낸셜은 전자금융거래법을 적용받는 전자금융사업자다. 현행 국내법은 전자금융사업자가 보험모집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 언택트 시대에 온라인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려는 기업의 욕구를 타당한 이유 없이 막는 것은 불합리하다. 온라인 보험시장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경제 환경에 맞는 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점은 소비자 보호다. 소비자 편의가 좋아지더라도 과열 경쟁으로 소비자를 오인시킬 가능성이 있거나 소비자 부담을 키울 수 있는 마케팅 방식이라면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 유럽연합이 지침을 마련해 온라인 보험판매를 규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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