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나타난 변화 가운데 단연 두드러진 것은 언택트(비대면) 문화다. 외식과 쇼핑이 집 안에서 해결되고, 학교 수업도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비대면 소비가 급증함에 따라 언택트 서비스가 유통 부문을 넘어 교육, 금융권 등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에 소극적이던 전통 상권마저 언택트 흐름에 동참하는 양상은 놀라울 따름이다. 온라인 장보기가 늘어나자 동네 슈퍼와 전통시장들도 배달 전문 플랫폼 업체와 제휴해 앱 거래 및 결제, 배달 서비스에 나섰다. 그동안 대형마트와 인터넷 쇼핑몰에 밀려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던 동네 슈퍼와 전통시장들이 신선식품의 높은 선도와 신뢰를 기반으로 한 거래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그런데 언택트 문화 확산으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도 생겨났다. 디지털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사이버 보안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진 2월부터 재택근무가 본격화하자 기업을 대상으로 한 보안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 회사에 견줘 보안이 허술한 재택근무자의 계정을 해킹해 기업의 내부 시스템에 침투하려는 사이버 공격이 올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0~30% 급증했다는 것이 보안업계의 전언이다.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기업이 해킹당할 경우 해당 기업과 거래하는 수많은 소비자들의 개인정보가 통째로 범죄자에게 넘어가 피해를 볼 수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전 세계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화상회의 서비스 ‘줌(ZOOM)’의 대량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단적인 예이다. 해커에 의해 줌 가입자의 계정 정보 53만 건이 유출돼 다크 웹과 해커포럼을 통해 거래되는 사건이 최근 드러났다. 이번에 유출된 정보는 이메일 주소, 패스워드, 회의 URL, 호스트 키 등이다. 제이피모건 체이스, 시티은행 등 대형 금융사도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계정 정보 유출을 통한 구체적 위협은 계정 정보를 불법으로 입수한 누군가가 화상회의에 난입하는 ‘줌 폭격(Zoom-Bombing)’으로 불리는 행위다. ‘줌 폭격’은 초대하지 않은 외부인이 회의에 끼어들어 방해하는 것을 일컫는다. 테슬라 모터스와 스퀘어, 트위터, 세일즈포스, 시스코, 넷플릭스, 어도브,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링크드인 같은 기업이 보안과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로 줌 사용을 완전히 중단했다.
국내에서는 최근 터진 ‘토스’ 부정 결제 사건이 소비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간편 결제 앱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에 따르면, 3일 총 3곳의 온라인 가맹점을 통해 8명의 고객 개인정보와 비밀번호를 도용한 부정 결제가 발생했다. 8명의 고객이 입은 피해금액은 모두 938만 원이었다. 걷기 독려 서비스와 금융 거래 서비스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토스를 쓰던 필자도 이 소식을 접한 뒤 곧바로 토스에서 탈퇴했다.
언택트 시대에 공공기관과 기업은 사이버 보안에 만전을 기해 이용자들의 불안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지능형 사이버 공격에 사전 대응하기 위한 연구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소비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회원 가입을 통해 개인정보를 제공하기 전에 보안 시스템을 잘 갖춘 업체인지, 믿어도 되는 업체인지 꼼꼼히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무료 제공을 내세운 프로모션 문자메시지나 이메일, URL은 함부로 클릭하지 않도록 한다. 숨겨진 악성코드에 감염돼 휴대폰이나 컴퓨터에 저장된 각종 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기업, 소비자 모두가 철저한 대책 마련과 준비로 슬기롭게 언택트 시대를 맞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