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금융지주가 차세대 전산시스템 연구ㆍ개발(R&D) 비용을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해 달라며 과세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박양준 부장판사)는 한국투자금융이 영등포세무서장을 상대로 “65억여 원의 법인세 경정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한국투자금융의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은 2011~2012년 고객 정보 분석 기반의 전략ㆍ운영체계 확보 등 더 나은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연구개발비를 지출했다.
이후 2015년 6월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당시 지출한 연구개발비에 세액공제를 적용해 2011 사업연도 법인세 62억5300만 원, 2012 사업연도 법인세 2억5600만 원을 환급해 달라고 경정청구를 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어 조세심판원에 제기한 심판 청구도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개정 전 조세특례제한법은 내국인이 각 과세연도에 지출한 연구ㆍ인력개발비는 해당 과세연도의 소득세나 법인세에서 공제한다고 규정한다.
한국투자금융은 “이 사건 시스템 개발은 업무 기반을 혁신적으로 개선한 것으로 단순한 전사적자원관리(ERP)와는 본질적으로 달라 과학기술 활동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세무당국은 “해당 시스템은 기존 소프트웨어 응용에 불과하고 이는 새로운 서비스 및 서비스 전달 체계를 개발하기 위한 활동에 해당해 세액공제가 적용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번 소송은 한국투자증권의 시스템 개발이 과학기술 활동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조세특례제한법상 ‘과학적, 기술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활동’이라는 요건을 충족할 때만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법원은 해당 시스템이 과학적, 기술적 불확실성의 체계적인 해소를 위한 연구개발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다수의 금융기관이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는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이것들과 한국투자증권의 시스템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시스템은 이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대부분의 솔루션이 이미 개발된 상태에서 응용ㆍ통합ㆍ연계ㆍ개선하는 방식으로 개발된 것”이라며 “이는 실패의 위험이나 비효율을 감수한 활동을 전제로 하는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제도의 근본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존에 금융ㆍ보험업과 연관된 ERP가 최초로 개발되는 과정에서는 연구개발 위탁비용 세액공제가 인정되기도 했지만, 이런 시스템이 널리 채택되고 범용화됨에 따라 세제지원을 계속할 필요성이 감소했다”고 판시했다.
한편 연구개발비를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해 달라며 농협금융지주가 남대문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소송도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