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 막힌 ‘그린벨트 해제’…시대역행 비판에도 강행 배경은

입력 2020-07-1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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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거대 여당의 정무적 판단 무게…"임기 동안 공급 늘리는 가장 손쉬운 방법"

▲박선호(단상 중앙) 국토부 1차관이 15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주택공급 실무기획단 첫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선호(단상 중앙) 국토부 1차관이 15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주택공급 실무기획단 첫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서울과 수도권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해당 부지에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기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녹지를 되레 줄이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란 비판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재개발과 재건축 등 정비사업 규제부터 완화하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정관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의 그린벨트는 19개구에 총 150㎢ 규모로 조성돼 있다. 서초구(23.89㎢)와 강서구(18.92㎢), 노원구(15.90㎢), 은평구(15.21㎢), 강북구(11.67㎢), 도봉구(10.20㎢), 강동구(9.26㎢) 등이다. 당장 주택 공급이 용이한 강남권이 그린벨트 해제 1순위 대상으로 꼽힌다.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꺼내든 건 획기적인 공급 방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당정청과 지자체 협의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기존 재개발과 재건축보다 이해관계와 절차가 덜 복잡하고, 사업성과는 빠르게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 협의가 막히면 정부와 거대 여당이 국토교통부 장관 직권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행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 특별조치법 시행령’에 따라 국토부 장관은 직권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로서는 투기세력 적폐로 낙인한 정비시장의 규제를 임기 끝까지 풀지 않을 것”이라며 “재개발ㆍ재건축 규제를 풀면 집값이 일시적으로 올라갔다가 차차 안정되기 때문에, 남은 임기 동안 집값을 잡아두면서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지금 시점에 그린벨트 카드를 꺼낸 것 같다”고 해석했다.

국보부와 기획재정부는 전날 오후 서울시와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들과 서울시청에서 주택공급 실무기획단 첫 회의를 진행했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의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그린벨트 해제를 비롯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하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서울시는 그린벨트를 지키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시는 회의 후 입장문을 통해 “미래 자산인 그린벨트를 흔들림 없이 지키겠다”면서 “해제 없이 온전히 보전한다는 것이 확고하고 일관된 입장”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린벨트는 서울의 마지막 보루로 훼손되면 원상태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서울시는 앞서 정부가 발표한 7·10 대책 범주 내에서 논의하며 그린벨트 문제는 안건으로 상정치 않겠다는 뜻도 명확히 했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동안 그린벨트 해제에 완강히 반대해온 만큼, 고인의 마지막 유지를 잇겠다는 맥락도 감지된다.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당정은 서울시내 그린벨트 해제 검토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그린벨트 해제가) 수도권 과밀화와 자연환경 보전이라는 정책목표에 역행하는 조치”라며 “분양 중심의 그린벨트 개발은 주택가격 동반상승 등 부작용이 크다”고 우려했다.

앞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입장문을 통해 “수도권의 허파인 그린벨트를 허물면 안 된다”면서 “수도권 인구 비율이 50%를 넘어선 상황에서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은 수도권으로의 집중을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수도권으로의 과밀·집중을 부추기는 근시안적 정책”이라며 “환경부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그린벨트의 가치를 지키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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