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 기대에 세곡ㆍ세곡 '들썩'… 손 댈수록 세지는 '강남 불패'

입력 2020-07-15 16:39 수정 2020-07-1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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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서울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카드를 들고 나왔다. '12·17 대책' '7·10 대책' 등 역대급 부동산 정책에도 서울 집값이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자 그린벨트 규제 완화를 통한 주택 공급 확대 쪽으로 정책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린벨트 해제 기대감에 서울지역 그린벨트 주변 부동산 시장은 벌써부터 들썩이는 모습이다. 특히 강남구 세곡동과 서초구 내곡동 등 그린벨트 내에서도 알짜로 꼽히는 강남권의 경우 개발 기대감에 매수세가 모이면서 매물도 귀해진 상태다.

반발도 거세다. 과거 그린벨트 해제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는 점에서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 되려 시장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환경 훼손이 우려된다며 환경단체도 그린벨트 해제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 잇단 대책 약발 없자 그린벨트 해제 통한 공급 확대 선회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15일 부동산 당정협의회를 열고 서울시 그린벨트 해제 등을 포함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범정부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가 최근 그린벨트 해제 문제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혼선을 빚기도 했으나 당정이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을 다시 한번 언급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기존에 제시된 주택 공급 방안을 먼저 검토해보고 필요하다면 그린벨트 해제 방안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이지 당장 그린벨트 해제 논의가 이뤄지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주택 공급을 위한 모든 가능한 대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4일 방송에 출연해 수도권 주택 공급 방안과 관련해 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그린벨트 해제가 집값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수요에 맞춰 공급을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임야, 전답 등 보존가치가 낮은 그린벨트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선호(단상 중앙) 국토부 1차관이 15일 서울시청에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 논의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선호(단상 중앙) 국토부 1차관이 15일 서울시청에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 논의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린벨트 해제 유력 후보지들, 매수 문의 빗발

시장은 벌써 개발에 따른 인근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감에 한껏 들떠 있는 모습이다. 개발 가능성이 높다고 거론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벌써 토지와 인근 아파트값이 오르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서울시와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의 그린벨트 지역 면적은 149.13㎢로, 이 중 서초구가 23.88㎢로 가장 넓다. 이어 강동(8.17㎢)ㆍ강남(6.09㎢)ㆍ송파(2.63㎢)ㆍ강서구(18.91㎢) 순인데 이들 지역 중 노원(15.90㎢)ㆍ은평구(15.21㎢)ㆍ강북구(11.67㎢) 등은 대부분은 산으로 택지 개발이 사실상 어렵다. 때문에 그린벨트가 해제될 경우 강남구 세곡동과 서초구 우면·내곡동, 강서구 김포공항 등이 후보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세곡동 S공인 관계자는 "이달 들어 부쩍 그린벨트 토지는 물론 주변 아파트 단지에 대한 매수 문의가 늘었다"면서 "가격 상승 기대감에 땅주인과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여 팔 수 있는 물건이 많지 않다"고 전했다. 내곡동 H공인 관계자는 "이곳 그린벨트 토지는 평당(3.3㎡당) 1300만 원대를 호가한다"면서 "지난 하루, 이틀 새 값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환경ㆍ시민단체 "집값 불안 기름…실패한 정책 재탕 말아야" 반발

하지만 그린벨트 해제를 놓고 반발도 거센 상황이다. 이미 환경·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반대 성명까지 나오고 있다. 이들은 과거 그린벨트 해제 지역의 집값이 급등한 사례 등을 거론하며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은 오히려 집값 불안을 야기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그린벨트 해제 유력 후보지로 꼽히고 있는 세곡·우면·내곡·원지동 등지의 경우 2009~2010년 그린벨트를 일부 풀어 강남권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조성했는데, 현재 일대 아파트 시세는 분양가보다 5배 가까이 뛴 상황이다. 강남지구 세곡 푸르지오 아파트 분양가는 2억5000만 원(전용면적 59㎡)이었으나 현재 11억 원대를 호가한다.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자연생태위원회 위원은 "대규모 신도시 및 택지지구 개발이 투기 수요를 부추겨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것을 이미 경험했다"며 "정부와 여당은 실패한 주택 공급 정책을 재시도하려는 움직임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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