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생활안정자금 주택담보대출에 한해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KDI는 16일 ‘가계부문 유동성 위험 점검과 정책적 시사점(김영일 선임연구위원)’ 보고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인한 가계수지 적자에 대응할 수 있는 유동성 자산이 부족한 가구는 심각한 재무적 곤경을 겪게 된다”며 “유동성 위험가구에 대한 지원은 소득지원은 취약계층에 집중하되, 담보여력이 있는 자산 보유가구에 대해서는 담보대출 등 신용을 지원하는 선별적 방식이 유동성 위험 완화와 재정절감 측면에서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에서 KDI는 ‘3개월간의 누적 가계수지(수입-지출) 적자를 주어진 현금성 자산으로 메우지 못하는 가구’를 유동성 위험가구로 정의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모든 가구의 소득이 동일한 비율로 감소하는 시나리오를 전제로 분석한 결과, 소득 감소는 저소득 가구에 더 큰 유동성 충격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가구의 소득이 20% 감소한다고 가정할 때, 유동성 위험가구 비율은 소득 상위 20% 가구에서 2.0%로 0.3%포인트(P) 오르는 데 그치지만, 하위 20% 가구에선 11.7%로 4.0%P 급등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순자산 분위별로도 상위 20% 가구는 0.3%P, 하위 20% 가구는 4.9%P 오르게 된다.
KDI는 “유동성 위험이 소득 하위 분위에 집중됨에 따라 유동성 위험가구에 대해선 소액의 소득지원만으로도 유동성 위험 완화에 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소득지원이 5월 가구당 100만 원(4인 가구 기준)씩 지급된 재난지원금이다. 다만 상위 분위는 유동성 위험가구 비율이 낮지만, 절대적인 적자액이 커 소액의 소득지원은 효과가 적다. 이 때문에 모든 가구에 현금성 소득지원을 했을 때보다 저소득층엔 소득지원, 고소득층엔 담보대출 등 신용지원으로 지원방식을 선별화하는 것이 유동성 위험가구 비율을 더 큰 폭으로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방식에 따른 효과를 보면, 모든 가구의 소득이 20% 감소했을 때 유동성 위험가구 전부에 100만 원을 지원하면 유동성 위험가구 비율은 2.0%P 낮아지지만, 취약가구에만 100만 원을 지원하고 자산 보유가구에 연소득만큼 대출을 지원하면 3.7P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집값 안정과 투기 근절 목적에서 시행 중인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생활안정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가구는 제한된다. 비규제지역의 LTV 한도는 70%이지만, 규제지역에선 40~50%로 묶여서다. 기보유 주담대의 LTV가 40~70%인 가구는 비규제지역에선 남는 LTV 한도만큼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추가 주담대가 가능하지만, 규제지역에선 불가하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영일 KDI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 관련 대출규제는 부동산 대책의 관점에서 그대로 사용하면 될 것”이라며 “다만 긴급생활자금 용도로는 예외적으로 활용할 여지가 있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이어 “비유동성 자산을 현금화하기 어려운 이유는 거래비용과 규제인데, 거래비용을 낮춰주거나 규제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며 “부동산 규제를 풀자는 얘기는 아니고, 재무 곤경을 겪는 가구에 유동성을 지원할 수 있도록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을 고려해보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