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상품판매를 위해 계약한 위탁판매업자는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백화점 위탁 매장관리자 A 씨 등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삼성물산은 백화점 매장을 운영하면서 상품을 판매할 매장관리자들과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했다. A 씨 등은 매장을 운영하면서 삼성물산으로부터 매출실적에 대한 일정 비율의 ‘위탁판매 수수료’를 받았다.
계약이 끝난 뒤 A 씨 등은 “삼성물산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들임에도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들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A 씨 등의 업무 내용과 범위가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고 백화점 위탁판매 특성상 판매 자체는 담당하더라도 상품 가격, 진열 방식, 매장 배치는 삼성물산의 관여가 불가피했다고 판단했다.
또 매출실적, 근무 상황 등을 이유로 삼성물산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매장 변경, 수수료 삭감의 불이익을 주지 않은 점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A 씨 등이 상황에 따라 하위 판매원을 직접 채용했고 겸업이 가능했던 점 등도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는 이유라고 봤다.
2심도 “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다”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A 씨 등이 삼성물산과 체결한 위탁판매계약서에는 근로자성을 긍정할 수 있는 요소와 부정할 수 있는 요소가 혼재돼 있다”면서도 “계약서 문구보다 근로 제공의 실질에 따라 보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삼성물산은 A 씨 등의 근태관리를 하지 않는 등 종속성, 전속성의 정도가 약하다”며 “판매실적에 따라 상한, 하한이 없는 수수료를 받아 판매원 급여, 일부 매장 운영 비용을 지출했어야 하므로 일정 정도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