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마오타이의 주가는 올해 들어 이날까지 24% 상승, 시가총액은 2610억 달러(약 313조 원)로 불어났다. 이에 마오타이의 시가총액은 줄곧 왕좌를 지키던 중국 국유은행인 공상은행(약 2510억 달러)을 앞지른 것은 물론, 미국 인텔과 코카콜라, 일본 시총 1위 기업인 도요타자동차보다 많아졌다.
백주인 마오타이는 중국을 대표하는 술로, 고급 관료가 접대용이나 선물용으로 애용하던 술이다. 1974년,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던 헨리 키신저는 자국을 찾은 중국 최고지도자 덩샤오핑과 마오타이주를 마시며 “이 술을 많이 마시면 우리는 뭐든 풀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러나 2013년 취임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부패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마오타이주도 직격탄을 맞았다. 수요가 자취를 감추면서 2014년과 2015년엔 매출 성장률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그러다가 최근엔 사정이 또 달라졌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귀하신 몸이 됐다. 일부 고가 라인은 공식 소매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고, 마오타이 병은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53도짜리 ‘페이톈’ 시리즈는 500ml 용량의 공식 소매가격이 1499위안(약 26만 원)으로 고가임에도 마오타이주 매출의 약 90%를 차지할 만큼 인기가 높다. 고급 와인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높아져 투기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술집에선 아예 가격표도 붙이지 않는다. 하룻밤 사이에도 가격이 급등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페이톈을 담보로 은행 대출까지 받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덕분에 마오타이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 주가는 4월부터 상장 이후 최고치를 계속 갈아치웠다. 제품 종류를 최소화하고, 출하량을 조정해 희소가치를 높인 독창적인 브랜드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화타이증권에 따르면 2018년 마오타이주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40%가 넘는다. 백주는 옥수수 등의 곡물이 원료로, 원가가 아주 낮아 영업이익률이 60% 이상이다.
당분간 마오타이주의 아성은 흔들릴 것 같지 않지만 과제도 있다. 수익이 안정적인 만큼 영업권을 둘러싼 뇌물 수수 사건이 빈발하고, 지나친 투기가 이어지면 소비자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