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된 가운데서도 올 1분기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평균 실적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여파가 3월부터 본격화한 만큼 1분기 실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오히려 트레이딩과 IB 일부 사업부문에 수익을 증가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9개 글로벌 투자은행(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JP모건·뱅크오브아메리카·씨티·바클레이즈·도이치뱅크·크레딧스위스·UBS)들의 1분기 수익은 전년 동분기 대비 평균 4.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 감소폭이 가장 높은 모건스탠리(102억8600만 달러→94억9000만 달러)의 경우에도 -7.8% 수준에 머물렀다.
9개 글로벌 투자은행의 사업부문별 실적을 살펴보면 IB와 트레이딩 부문은 전년 동분기 대비 상승 추세를 보였다. IB부문에서는 모건스탠리(-0.7%), 크레딧스위스(-48.6%)를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은 모두 전년 동분기 대비 수익이 증가했다. 증시하락과 사업환경 불확실성 증대로 IPO와 M&A 자문 수익은 다소 위축됐으나 코로나19가 확산됨에 따라 주요 자산 가격의 부침이 심화되면서 IB 일부 사업부문에서는 수요가 증가했다는 해석이다.
특히 트레이딩 부문은 전 투자은행이 모두 전년 동분기 대비 수익이 증가했다. 가장 많이 증가한 것은 유럽 바클레이즈(76.9%)이며 UBS(43.7%), 씨티(37.5%), 모건스탠리(30.0%), 골드만삭스(27.8%), 뱅크오브아메리카(25.0%) 등이 뒤를 이었다. 트레이딩 부문은 기업들의 자금조달 수요가 늘면서 주식과 채권뿐만 아니라 이자율, 환율, 원자재 관련 상품 거래량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자기자본투자에서는 주요 투자은행들이 대부분 큰폭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에너지, 호텔 및 레저, 부동산 등의 산업에 대한 투자의 시가평가 하락 때문이다. 또 기업금융과 소매금융 부문도 전반적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하락세를 보였다. 두 사업부문 모두 공통적으로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금리 인하로 예대마진이 축소되면서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수익 면에서 양호한 실적을 달성한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상황과는 반대로 실물경제 쪽에서 먼저 발생하고 금융섹터로 전이되었기 때문”이라며 “1분기에는 트레이딩과 IB의 일부 사업부문의 양호한 수익이 다른 사업부문의 위축을 일부 상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분기부터는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실적 하락이 예상된다. 이는 순이익에서 대손충당금 비축이 늘어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대손충당금이란 은행이 미래 부실 채권이 발생할 위험에 대비해 쌓아놓는 일종의 보험금으로 볼 수 있다. 크레딧스위스와 UBS를 제외한 7개 투자은행의 순이익은 전년 동분기 대비 평균 48% 감소했다. 이는 투자은행들의 대손충당금이 전년 동분기 대비 5.5배 증가했기 때문이다. 대손충당금의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순이익에서 하락폭이 크게 나타났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대손충당금 비축은 코로나19 사태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실물경기의 위기가 금융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 연구위원은 “투자은행별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회복의 중장기 전망이 상이해 대손충당금 비축 정도가 다르긴 하지만 전년 동분기 대비 평균 5.5배 대손충당금의 증가는 주요 투자은행들이 코로나19의 영향이 이번 분기 이후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면서 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