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차례나 미뤄졌던 올해 첫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가 사실상 취소된 가운데 입시 전문가들은 "학평의 활용 가치는 여전히 높다"고 입을 모은다.
22일 입시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에 처음 실시되는 '재택 학평'과 관련해 특히 사교육보다 공교육에 의존해온 학생들이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첫 학평은 겨울방학 기간 공부한 내용을 가지고 자신의 객관적 위치를 가늠하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향후 입시전략을 수립하는 참고자료로 활용한다"며 "3·4월 학평으로 입시 전략의 방향을 세우고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6월 모의평가 결과로 확정하는 흐름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컨대 내신 성적보다 수능 성적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면 정시 준비에 학습 시간을 좀 더 할애하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학습 격차다. 학생 개인의 사교육 의존도, 지역·학교의 원격 수업의 질, 재수 등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질 전망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상위권 학생이라면 어떻게든 자신의 위치를 정밀하게 진단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EBS 변형 문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고, 중위권이라면 등교 개학 전에 수능 진도를 빨리 빼는 방식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재택 학평'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교실 같은 환경 조성과 정확한 시간 측정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소장은 "24일 집에서 진행되는 학평은 실제 시험 시간표에 따라 문제를 풀어야 한다. 시간적 압박을 받으며 문제를 푸는 경험을 통해 실제 수능에 대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다"며 시험을 치르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 소장은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4교시 탐구 시험 시간"이라며 "실제 수능에서 선택 과목 시간별로 해당 선택 과목이 아닌 다른 선택 과목의 문제지를 보거나, 동시에 2과목 이상의 문제지를 보는 행위는 부정행위로 판단되어 제재를 받을 수 있다. 평소 이를 습관화해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3월 학평의 활용 가치는 여전히 높다고도 강조한다. 시험을 스스로 채점해본 뒤 본인의 취약점을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어서다.
김 소장은 "일부 입시 전문가들은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게 된 3월 학평의 의미가 사라졌다고 평가하지만" 애초 3월 학평은 평가로서 도구가 아니라 학습 차원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아쉬워하지 말고 학평을 통해 지난 방학 동안 진행했던 학습 결과를 돌아보고, 남은 기간 본인 취약점을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게 이번 학평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