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국내 확산이 주춤한 가운데 신규 확진자 절반 이상이 해외 유입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유럽에 이어 미국발 입국자에 대해서도 자가격리를 시행하는 등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고 나섰지만 무증상으로 입국해 지역으로 전파되는 것을 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5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환자 100명 중 51명(51%)이 해외 유입 관련 확진자라고 밝혔다. 이날 국내에서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경기(14명)와 비교하면 3배 수준이다. 현재 확진자가 가장 많은 대구에서도 추가 확진자는 14명에 그쳤다.
25일 기준 해외 유입 확진자 지역은 유럽이 29명, 미주가 18명(미국 13명), 중국 외 아시아가 4명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귀국하는 국민이 늘었고, 확진자도 급증했다.
이에 정부는 유럽에 이어 미국발 입국자에 대한 검역을 강화한다. 27일 0시부터 미국발 입국자 중 유증상자에 대해 내·외국인에 관계없이 공항검역소 내 임시격리시설에서 대기하면서 진단검사를 실시한다. 검사 결과에 따라 확진되면 병원 또는 생활치료센터로 이송해 치료를 받게 되고, 음성으로 나타나면 14일간 자가격리를 하게 된다.
입국 시 증상이 없는 내국인과 장기체류 외국인도 14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며, 증상 발생 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하게 된다.
하지만 해외 유입 확진자들이 방역 그물을 뚫고 지역으로 전파할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이날 발생한 해외 유입 확진자 51명 가운데 공항 등 검역에서 확인된 사례는 34명이고, 나머지 17명은 지역사회에서 확인됐다.
입국 시 유증상자만 진단검사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은 미국발 입국자의 확진 사례가 늘면 전수 조사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미국 입국자 중 80% 이상은 유학, 출장 등에서 돌아오는 내국인”이라며 “앞으로 미국의 코로나19 확산 상황과 미국발 국내 입국자 중 코로나19 확진자 추이를 고려하여 필요한 경우 전수 진단검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수 조사가 이뤄지더라도 이들에 대한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앞서 방역 당국은 유럽발 입국자에 대한 전수 조사를 했지만, 1200~1400명씩 몰리는 입국자를 감당하지 못해 24일 오후 2시부터 내국인 무증상 입국자는 귀가 조치 후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도록 했다.
이들 무증상 입국자들이 이동하는 과정에서의 전파 우려도 여전한 상황인 데다 미국발 입국자에 대한 전수 조사가 이뤄질 경우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가능성도 크다.
한편 지금까지 해외 유입 사례는 모두 227명으로 전날 171명보다 56명이 늘었다. 지역별로 중국이 16명, 중국 외 아시아 27명인 데 반해 유럽이 133명, 미주가 49명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통계에 따르면 이달 3주 차 유럽발 입국자 1만 명당 확진자 수는 86.4명, 4주 차 미국발 입국자 1만 명당 확진자 수는 28.5명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