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구하라 씨의 가족들이 재산 상속 분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구 씨가 세상을 떠난 일도 많은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는데, 유족들이 상속 분쟁을 벌이고 있다고 하니 참 안타까운 마음이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구 씨의 어머니는 딸이 9살 때 집을 나가 20년 가까이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구 씨가 사망한 이후 구하라씨가 남긴 재산 중 절반을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구 씨가 결혼을 하지 않고 사망을 했기 때문에 부모님이 상속인이 된다. 법적으로 보자면 어머니가 구 씨가 남긴 재산 중 절반을 갖게 된다. 그런데 구 씨의 오빠는 양육을 팽개치고 집을 나간 어머니가 재산을 상속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하면서 다투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구 씨 오빠 측에서는 자식을 제대로 부양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권을 박탈하고, 지금보다 더 넓게 기여분을 인정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입법 청원까지 국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설리(본명 최진리)의 가족들도 재산 관련해서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보도가 있기도 했다. 설리의 경우에는 아버지가 아이들이 어릴 때 집을 나가버렸다고 한다.
필자는 구 씨와 설리 사건과 같이 자녀들 양육에 무책임했던 부모들이 상속권을 주장해 문제가 되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심정적으로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해결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 구 씨 오빠 측에서 최근 많은 언론보도를 내고, 입법 청원을 하면서 동참을 요청하고 있는데 이렇게 법적인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현재 법으로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민법은 상속 결격 사유를 규정하고 있는데 살인, 살인미수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든지 하는 사유가 있어야 하고 양육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속 결격 사유가 되지 않는다. 몇 년 전 다른 사건에서 이처럼 상속 결격 사유를 제한적으로만 규정하고 있고, 양육을 제대로 하지 않은 부모에게도 상속권을 인정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하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이 제기된 적이 있었는데, 합헌 결정이 나왔다.
사망한 자녀를 양육한 부모에게 기여분을 많이 인정해서 양육을 제대로 하지 않는 부모의 상속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재판에서 기여분을 인정받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이 역시 해결책이라고 할 수 없다.
간접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사망한 자녀를 양육한 부모가 그동안 양육 책임을 다하지 않은 상대방에게 그동안 지급하지 않은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청구하는 방법은 가능할 것이다.
결국 현재 법에 의할 때 가장 도움이 되는 방법은 미리 유언장 같은 것을 써두는 것이다. 젊은 나이에 유언장을 쓴다는 것이 어색하게 여겨지기도 하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될 경우 유언장을 생각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젊은 나이라도 어느 정도 재산을 가지게 되면 보험을 들어둔다는 생각으로 미리 유언장을 써두는 것은 항상 도움이 된다. 물론 유언장을 써두더라도 유류분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상속인이 적극적으로 소송을 제기해서 받아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