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법률-상속] 유류분은 위헌인가?

입력 2020-02-24 15:41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아버지가 모든 재산을 형에게만 남기고 돌아가신 경우 동생은 아무런 상속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이때 동생은 유류분을 주장하면서 아버지가 남긴 재산 일부를 달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상속을 받지 못한 상속인에게도 어느 정도 재산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을 유류분이라고 한다. 재산을 남긴 아버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내 재산을 내가 주고 싶은 자식에게 주려고 하는데, 왜 법이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 유류분이 우리 민법에 생긴 것은 1977년인데, 당시에는 여성 배우자와 여성 자녀들의 상속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목적이 컸다. 당시만 해도 모든 재산을 아들, 특히 장남에게만 물려주는 문화가 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유류분 사건을 재판하고 있던 판사가 유류분 제도가 헌법에 위반되는 것은 아닌지 판단해 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이 일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고, 유류분 제도가 위헌이 될 것인지, 지금 진행하고 있는 유류분 사건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많은 문의가 있었다.

유류분 제도가 위헌이 될 것인지 정확히 예상할 수는 없지만, 필자는 위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유류분 제도는 유족들의 생존권과 상속재산형성에 대한 기여를 보장하고 가족의 연대가 단절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기능을 갖는다고 하면서 유류분 제도가 정당성이 있다고 인정한 적도 있다. 유류분 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미국, 영국 같은 나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 있다. 미국, 영국에서도 유류분과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는 추세에 있다고 한다.

유류분 반환 청구 사건은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 2008년에는 296건이었는데, 2018년에는 1371건으로 5배 가까이 늘어났다. 아직 불균형하게 상속을 받는 경우가 꽤 많다는 것이고, 유류분 제도가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현재 유류분 제도에 고칠 점도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부모님에게 패륜을 하거나 인연을 끊고 산 상속인에게도 일률적으로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유류분 제도에 사람들이 불만을 가지는 가장 큰 이유가 이 때문인 것 같다. 어느 정도 부모에게 패륜적인 행동을 했을 때 유류분을 제한할 수 있을지 다툼이 생기는 경우도 많겠지만, 유류분을 감축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다른 나라들의 경우 일률적으로 유류분을 인정하는 경우보다 미성년자나 경제력이 없는 경우에만 유류분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속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유류분을 포기할 수 없다. 그러나 필자는 미리 유류분을 포기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부모님에게 재산을 받으면서 나중에 유류분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러한 각서는 무효이기 때문에 부모님이 돌아가신 다음에 유류분 반환청구를 하는 경우들도 있다. 필자는 이러한 일은 부당하다고 생각하며,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미리 유류분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미리 유류분을 포기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외에도 실무를 하다 보면서 느낀 유류분 제도에 관한 많은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에서 해결할 문제는 아니고, 결국 국회나 법원에서 제도를 수정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유류분 제도에 관한 위헌법률심판이 제기된 이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유류분 사건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다. 아직 이에 대한 명확한 법원의 태도가 있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재판은 계속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헌법재판소의 결론을 기다리고 싶다면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하는 방법도 고려해 보아야 할 것 같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긁어 부스럼 만든 발언?…‘티아라 왕따설’ 다시 뜨거워진 이유 [해시태그]
  • 잠자던 내 카드 포인트, ‘어카운트인포’로 쉽게 조회하고 현금화까지 [경제한줌]
  • 단독 "한 번 뗄 때마다 수 백만원 수령 가능" 가짜 용종 보험사기 기승
  • 8만 달러 터치한 비트코인, 연내 '10만 달러'도 넘보나 [Bit코인]
  • 말라가는 국내 증시…개인ㆍ외인 자금 이탈에 속수무책
  • 환자복도 없던 우즈베크에 ‘한국식 병원’ 우뚝…“사람 살리는 병원” [르포]
  • 트럼프 시대 기대감 걷어내니...高환율·관세에 기업들 ‘벌벌’
  • 소문 무성하던 장현식, 4년 52억 원에 LG로…최원태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
  • 오늘의 상승종목

  • 11.11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16,615,000
    • +6.01%
    • 이더리움
    • 4,485,000
    • +1.45%
    • 비트코인 캐시
    • 621,000
    • +1.64%
    • 리플
    • 822
    • -0.96%
    • 솔라나
    • 306,400
    • +6.28%
    • 에이다
    • 843
    • +0.84%
    • 이오스
    • 781
    • -2.86%
    • 트론
    • 231
    • +1.32%
    • 스텔라루멘
    • 154
    • +0%
    • 비트코인에스브이
    • 84,050
    • +0.12%
    • 체인링크
    • 19,940
    • -0.5%
    • 샌드박스
    • 409
    • +1.7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