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희의 뉴스카트] 반쪽만 풀린 주류 온라인 판매 빗장

입력 2020-03-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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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온라인 구매가 가능할까. 현재로서는 가부를 논하기 어렵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스마트폰 앱이나 PC에서 주류를 미리 주문한 뒤 매장에서 픽업하는 온라인 주류 판매 중개 서비스를 허용했다. 스타벅스의 '사이렌오더'나 SPC의 '해피오더' 같은 O2O 서비스가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나 주류업계에서는 주류 온라인 판매의 빗장이 반쪽만 풀린 것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주문자가 직접 픽업하는 것만 가능해졌을 뿐, 여전히 배달이나 온라인 배송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전통주에 대해서는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전통주가 주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27%임을 감안할때 지극히 제한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주류의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다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렇다면 국내에서는 주류 배달이 전혀 불가능한 걸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수제 맥주나 칵테일 같은 주류만 주문할 경우 O2O만 가능하지만 치킨이나 피자, 야식을 주문할 때 주류를 함께 배달받는 것은 가능하다. 안주 없이 술만 배달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안주와 함께 주문하는 것은 합법인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는 셈이다. 일부 수제맥주 전문점들은 이런 허점을 이용해 안주와 함께 매장에서 판매하는 술을 배달대행을 통해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서비스를 도입하기도 한다.

주류의 온라인 판매가 막혀 있던 이유는 미성년자의 음주를 제한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온라인으로 손쉽게 구매할 수 없도록 일종의 장벽을 세운 것이다. 그러나 담배와 비교하면 이 역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담배 역시 궐련의 경우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없다. 그러나 궐련형 전자담배나 액상형 전자담배는 성인 인증만 하면 온라인에서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다.

주류업계에서는 주류에 대한 온라인 판매가 허용된다면 침체된 주류 시장이 활력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들은 전자담배처럼 성인인증 후 주류를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가정용 소비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주류의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면 편리한 점이 많다. 맥주의 경우 박스로 구매할 때 일부러 대형마트를 방문해야 하지만 온라인 판매가 허용된다면 무거운 맥주박스를 옮기는 수고를 덜 수 있다. 또 업소용 판매가 줄면서 침체된 위스키 시장에 가정용 소비가 늘며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주류업계 일각에서는 O2O 서비스가 가능해지면서 주류의 완전 온라인 판매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주류에 대한 온라인 판매 규제가 이번 O2O 서비스 도입을 기점으로 점차 완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해외의 경우 미국, 중국, 일본, 캐나다, 체코 등에서는 주류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며 일부 국가에서는 맥주, 와인 등 저도주에 한해 온라인 판매가 허용된다.

꼭꼭 닫아걸었던 빗장이 조금이나마 풀린 것은 업계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확산 중인 가운데 호프전문점이나 수제맥주 전문점 등 외식 자영업 매장들은 한산하기 그지 없다. 여의도에서 맥주 전문점을 운영중인 A씨는 “새벽 2시까지 하던 영업을 오후 11시면 정리한다”며 “매출이 반토막이 아니라 3분의 1토막으로 줄었다”고 토로한다. A씨 뿐만 아니라 주류전문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누구나 같은 위기를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침체된 내수 경기를 살리려면 이제라도 이왕 푸는 빗장을 좀 더 활짝 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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