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2월, 집을 나서며 꺼내든 마스크를 지하철 역사에 들어서며 쓴다. 지하철로 이동하는 내내 답답하지만 마스크를 벗지 않는다. 불안한 마음에 지하철 손잡이도 잡지 않는다. 올해 중학교에 가는 둘째 아이 졸업식은 학부모 참여 없이 조촐히 치러졌다. 가족 외식은 물론 회식도 하지 않는다. 아내는 아이들이 혹시나 사람이 많은 곳에 갈세라 단속하느라 분주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우리 일상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고 있다. 1년 새 모든 것이 달라졌다. 각종 행사는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취소되기 일쑤고 스스로를 격리하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외출을 자제하게 되니 필요한 물품은 온라인으로 구매하고 외식 대신 배달 음식을 즐긴다. 유명 맛집이라 예약을 해야만 하는 식당도 예약이 뚝 끊겼다. 손님들의 수다 대신 매장을 채우는 것은 주인의 한숨뿐이다.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된 식당이나 극장, 대형마트는 정부가 매장 폐쇄를 권고하지 않아도 손실을 감수하고 자발적으로 문을 닫는다. 방역 후 다시 문을 열지만 이미 확진자가 다녀간 곳이라는 낙인이 찍힌 탓인지,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돼서인지 매장은 한산하다.
정부는 코로나 19로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이 현실화하자 각종 대책과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수출기업을 위한 무역금융에 3조1000억 원을 추가 투입하고 외출을 자제하며 된서리를 맞은 공연계에도 수십억 원을 지원키로 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역시 지원대상에 포함하며 전방위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또 업종별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각종 규제 해결에도 나선다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19로 가장 타격을 입은 유통업체들은 정작 소외된 모양새다. 이마트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군산점, 부천점에 이어 성수점, 킨텍스점까지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CJ CGV도 확진자가 방문한 성신여대점과 부천점을 사흘간 폐관했다.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등도 서울과 제주의 매장 문을 닫은 바 있다.
유통업계 중 가장 타격이 큰 업종은 단연 대형마트다. 이들은 외출을 꺼리는 추세로 내점고객이 급감하자 급기야 의무휴업일에 온라인 배송을 허용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이미 소비자들의 구매 패러다임이 온라인과 당일 배송으로 전환되면서 실적이 곤두박질친 업계가 꺼내든 최후의 보루다. 그나마 대형마트는 이런 목소리라도 내지만 백화점과 면세점은 군말없이 손실을 떠안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곱씹는다.
코로나 19로 인한 피해 보상 대책이 발표되자 유통 대기업들은 한목소리로 “남의 이야기”라는 입장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정부 지원금을 받는다면 그 역시 비난의 대상이 될 것이 뻔하다”며 “정부 보상 대신 수십억 적자를 떠안는 것이 대기업의 미덕으로 여겨지는 만큼 오히려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금을 늘리는 ‘적자 선행’이 이어질 것”이라고 토로한다. 이들의 적자 선행으로 매장이 문을 닫고 직원이 구조조정을 당하는 도미노 악재가 우려되는 것은 기우일까. yhh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