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구글은 이날 작전명 ‘캐시(Cache)’프로젝트를 공개했다. 미국 대형은행 씨티그룹 및 대출업체 스탠퍼드 연방 크레딧 유니언과 손잡고 내년에 소비자들에게 당좌예금 계좌(checking account)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시저 셍굽타 구글 부사장은 “구글은 소비자와 은행에 더 이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길 원한다”면서 “긴 여정이 되겠지만 우리는 금융 분야의 주요 파트너가 될 것이며 이것이 함께 지속가능한 방법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계좌 개설 및 운용 관련 수수료 부과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WSJ는 기술기업들이 고객들의 데이터 확보를 위해 금융서비스에 접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구글은 이미 결제 서비스인 ‘구글 페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당좌예금 계좌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벌고 그들이 어디에서 쇼핑하며 어떤 청구서를 지불하는지 등의 숨은 보물 같은 정보를 담고 있다”며 그 의미를 강조했다.
앞으로 소비자들은 구글이 2011년 출시한 구글월렛과 구글페이를 통해 계좌를 이용할 수 있다. 구글 페이 사용자가 2018년 3900만 명에서 2020년 1억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엄청난 양의 사용자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이유로 WSJ는 구글이 개인 정보를 어떻게 다룰지에 관한 대중의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은 “개인 정보를 팔지 않을 것”이라면서 “광고 목적으로 구글페이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고 공유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술 기업들의 금융분야 진출은 속속 진행되고 있다. 애플은 올 여름 골드만삭스와 손잡고 신용카드를 출시했다. 아마존은 계좌 서비스를 놓고 일부 은행과 논의를 진행 중이다. 페이스북도 지난 12일 페이스북을 포함한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등 자사 주요 앱에서 두루 통용되는 결제 서비스 ‘페이스북 페이’를 발표했다. 또 내년에 기존 통화를 대체할 가상화폐 ‘리브라’를 발행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들의 도전은 기존 금융회사들에게는 큰 위협이 될 전망이다. 특히 기술 친화적인 밀레니얼 세대들이 금융 서비스 거점을 옮기는 추세라는 게 불안을 키운다.
이는 은행들이 기술기업들과의 협업을 늘려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구글과 손잡은 씨티그룹도 디지털 분야를 강화해 경쟁사인 JP모건체이스보다 지점수가 훨씬 적은 약점을 딛고 예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