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이 미·중 무역분쟁과 세계 경제 둔화, 반도체 부진 지속 등의 영향으로 11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감소 폭은 3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보였다.
다만 정부는 수출액이 올해 3번째로 큰 수준인 데다가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에 다음 달부터 점차 회복세를 보이며 내년 초에는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월 수출액이 467억8000만 달러를 기록, 작년 같은 달보다 14.7%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일 밝혔다.
수출 성적표는 F학점이다. 수출은 지난해 12월 -1.7%를 시작으로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5년 1월∼2016년 7월까지 19개월 연속 줄어든 이후 최장기간 마이너스 행진이다. 특히 6월부터는 5개월째 두 자릿수 감소율이 계속됐으며 10월 수출 감소 폭은 2016년 1월 -19.6% 이후 3년 9개월 만에 최대치다.
품목별로는 반도체(-32.1%)와 석유화학(-22.6%), 석유제품(-26.2%) 등이 부진했다. 반면 선박(25.7%)과 컴퓨터(7.7%), 바이오헬스(7.8%), 화장품(9.2%), 농수산식품(3.0%) 등 이른바 '신(新)수출 성장 품목'은 호조를 이어갔다.
지역별로는 미·중 무역전쟁 탓에 중국(-16.9%)과 미국(-8.4%)에 대한 수출이 모두 부진했다. 반면 베트남(0.6%)과 CIS(24.1%) 등 신흥시장에 대해서는 증가세를 보였다. 대미 수출의 경우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누적 수치로는 1년 전보다 2.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최악의 수출 성적에도 불구하고 한국 수출이 긴 암흑의 터널을 벗어나 점차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수출액은 올해 3번째로 높은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10월 수출이 전년 대비 크게 떨어진 데는 지난해 10월 1956년 무역통계 작성 이래 역대 2위 실적을 낸 것에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했기 때문이다. 또 신수출 성장 품목의 호조와 신흥 시장 수출 증가세도 희망적인 부분이다.
올해 한국 수출 부진의 가장 큰 요인인 반도체도 최근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수출 물량이 4개월 연속 증가해 실적 개선 가능성을 보인 점도 고무적이다.
산업부는 미·중 스몰딜(부문합의) 가능성, 브렉시트 시한 연기 등 대외 불확실성 완화와 반도체 가격 회복, 수주 선박의 인도 본격화 등이 뒷받침될 경우 내년 1분기에는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일본의 수출규제 석 달째인 지난달 대일 수출입은 모두 전월보다 감소세가 확대됐다. 수출 감소율은 -6.0%에서 -13.8%, 수입은 -8.6%에서 -23.4% 2배 이상 커졌다.
다만 산업부는 이에 대해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제품, 석유화학 단가 회복 부진 등으로 감소했고 수입 감소는 국내 반도체 투자 조정에 따른 반도체 제조용 장비 및 관련 중간재 수입이 줄어든 데 기인하기 때문에 일본 수출규제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미·중 무역분쟁의 1단계 협상 타결 가능성 및 브렉시트 시한 연기와 함께, 우리가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반도체 가격 회복, 수주 선박의 인도 본격화 등이 뒷받침된다면 내년 1분기 수출은 플러스 전환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