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의 맞수인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다. 이민, 기후변화 대응과 같은 일부 문제에서도 트럼프 정부와 충돌하고 있다. 그러나 쿡은 트럼프는 물론 그의 가족과 돈독한 관계를 구축하면서 신뢰를 얻어내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애플 아이폰이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추가 관세 부과 대상에 오를 위기에 놓였던 지난 8월 쿡 CEO는 워싱턴 정가에서 그의 가장 중요한 접촉 대상 중 한 명에게 연락했다.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다. 소식통에 따르면 쿠슈너는 바로 장인과 쿡의 전화통화를 주선했으며 이를 통해 쿡 CEO는 대통령에게 관세가 아이폰 가격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 삼성전자와 겨루는 애플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호소했다.
수일 뒤 트럼프 정부는 아이폰을 포함한 일부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오는 12월 15일로 연기했다. 당시 정부는 연말 쇼핑시즌을 앞두고 미국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지만 소식통은 쿡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애플은 관세 유예 조치가 떨어지자마자 바로 자사가 미국 일자리 창출에 막대한 기여를 했다고 공표했으며 트럼프는 공공연하게 팀 쿡을 칭찬했다.
이는 트럼프 시대 쿡 CEO의 외교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WSJ는 평가했다. 애플의 이익을 보호하고자 쿡은 정치적 성향이나 여러 이슈에 대한 이견에도 트럼프 가족과의 우호적 관계를 구축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애플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최근 미국 하원의 탄핵 조사에도 이런 관계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했다.
쿡은 트럼프 정부의 노동력정책자문위원회 일원이다. 또 그는 최근 2년간 여름마다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트럼프 소유 골프클럽에서 대통령과 만찬을 하면서 의견을 교환했다. 트럼프는 쿡을 친구이자 훌륭한 경영자라며 칭찬하고 있다. 그는 최근 “다른 CEO들은 문제가 있을 때 외부의 비싼 컨설턴트를 고용한다”며 “쿡은 나에게 직접 전화한다”고 말했다.
쿡은 정치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분열이 심화한 요즘 종업원이나 고객들로부터 반발을 사는 것을 피하면서도 트럼프와 친밀한 관계를 쌓은 몇 안 되는 CEO라고 WSJ는 평했다.
이런 접근법은 다른 IT 거인들과 비교하면 더욱 돋보인다. 예를 들어 애플은 지난 2017년 이후 워싱턴 정가를 상대로 한 로비 자금이 1800만 달러(약 215억 원)로, 아마존이나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다른 기업 CEO들은 트럼프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다.
쿡은 쿠슈너, 이방카 트럼프 부부와 친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백악관에 접근하는 비밀 통로를 확보했다. 또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 트럼프 정부 관료들과도 주기적으로 만난다. 또 자신의 사생활 보호를 중시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찬과 회동을 공개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쿡의 또 다른 현명한 점은 직원들의 반발도 유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 비영리단체 책임정치센터에 따르면 애플 직원의 약 97%는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에 정치헌금을 했다. 그러나 직원들은 쿡과 트럼프의 관계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는다. 쿡 CEO가 일부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표시하고 있지만 직원들의 보너스로 이어질 수 있는 관세나 세금 감면 등의 이슈에서는 대통령에게 개인적으로 로비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
시장은 오는 12월 15일 미국 정부가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애플 주요 제품에 대해 유예된 관세를 시행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쿡과 트럼프의 브로맨스가 다시 빛을 발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