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규제개혁, 지금이 적기다

입력 2019-09-0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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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성 산업부 기자

손톱 밑 가시와 신발 속 돌멩이, 기업 프렌들리, 전봇대….

기업의 규제 철폐와 중소·중견기업 육성 의지를 내비친 역대 정권에서 나온 말들이다. 역대 정부는 한목소리로 기업의 규제 개혁과 철폐를 주장해 왔다. 정권 출범 초기에는 대기업에 회초리를 들이대다가 이후 경제 현안에 집중하면서 재계에 고용창출과 투자 등 협조를 요청한다. 이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슈가 규제개혁이다. 규제를 완화해 줄 테니 국내 경제 활성화에 앞장서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인들이 체감하는 규제개혁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정권 초기에는 기대감이 높았다가 이내 사그라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조사한 결과 국내 기업들의 ‘규제개혁 체감도’는 작년 97.2에서 올해 94.1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개혁 성과에 만족하는 기업은 11.7%, 불만족 기업은 22.0%로, 불만족하는 기업이 만족하는 기업의 2배에 달했다. 규제개혁이 여전히 생색내기용이라는 말이다.

규제개혁을 위한 여론 조성은 최근에 더 무르익고 있다. 일본의 디스플레이·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 강화를 계기로 각종 규제개혁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 특히, 시장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기술 규제는 국내 기업의 경쟁력만 도태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강하게 나오고 있다. 예컨대 LG전자의 캡슐형 수제맥주 제조기는 주세법상 규제로 시음행사를 치외법권 지역인 영국대사관에서 열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워치 갤럭시워치 액티브2에는 심전도 측정 센서가 장착됐지만, 의료기기 규제로 국내에선 무용지물이다. 규제의 역차별, 규제개혁 사각지대에 놓인 국내 대기업들의 현실이다.

그동안 우리는 규제개혁을 외치면 친기업, 규제개혁 반대를 외치면 반기업 등 이분법적 접근으로 경제를 바라봐 왔다. 또 친기업은 보수, 반기업은 진보라는 정치적 프레임도 규제개혁의 걸림돌이었다. 국민의 생계와 직결된 경제에 진보와 보수는 없다. 기업의 잘못된 행태와 불법에는 철퇴를, 기업이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장애물은 치워주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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