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 지지자로도 유명한 다이슨이 회사 본사를 영국에서 싱가포르로 이전하는 논란 있는 움직임을 보인지 수개월 만에 현지에서 가장 비싼 펜트하우스를 매입했다고 1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가 입수한 싱가포르 부동산 당국 문건에 따르면 다이슨과 그의 부인은 지난달 20일 싱가포르 부촌인 월리치 지역에 있는 최고급 펜트하우스에 대해 99년 임차 계약을 체결했다. 부동산 개발업체 웹사이트에 표시된 가격은 1080만 싱가포르 달러이지만 다이슨 부부는 7380만 싱가포르달러(약 640억3500만 원)에 사들였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는 페이스북 공동창업자인 에두아르도 세브린이 6000만 싱가포르 달러에 펜트하우스를 구입한 기록을 넘어 싱가포르 사상 최고가에 아파트를 매입한 것이라고 FT는 설명했다.
다이슨은 월리치에서 가장 높은 빌딩의 상층부 3개층을 모두 구입했다. 그가 구입한 펜트하우스에는 5개의 침실과 개인 수영장, 600병의 와인을 보관할 수 있는 대형 와인셀러가 있다. 또 월리치 지역을 관리하는 부동산 개발업체 구오코랜드가 24시간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이슨의 펜트하우스 구입 소식은 자신의 회사 본사 이전 계획과 맞물리면서 더 주목받고 있다. 다이슨은 지난 1월 성장 전망이 밝은 시장으로 가기 위해 본사를 영국에서 싱가포르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싱가포르에 전기차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짐 로완 다이슨 최고경영자(CEO)는 “다수의 고객과 제조 시설이 아시아에 있다”면서 “이번 이동으로 경영진들이 더 빠르고 효율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다이슨이 공개적으로 브렉시트를 지지해왔는데 막상 자신의 회사를 영국 밖으로 이전한 것은 물론 현지에 초호화 아파트까지 사들였다는 것이다. 다이슨의 본사 이전 결정은 ‘영국의 상징’ 중 하나였던 회사가 모국을 버린 것과 마찬가지라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특히 다이슨은 엘리자베스2세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까지 받은 거물이어서 배신감이 더욱 컸다. 이에 정치권에서 다이슨을 ‘위선자’라고 맹렬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다이슨은 당시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법률책임자(CFO)만이 영국을 떠나는 것”이라고 변명했지만 결국 설립자인 다이슨 자신도 싱가포르에 완전히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이다.
다이슨은 성명에서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기로 한 결정과 아시아 사업에 대한 초점 확대를 감안하면 제임스 다이슨 경이 현지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밝혔다.
한편 싱가포르는 법인세율이 17%로 19%인 영국보다 낮다. 반면 부동산 시장 과열을 우려해 재산세는 높다. 특히 외국인이 현지 부동산을 구입할 경우 최대 20%의 세금을 내야한다. 그러나 다이슨 부부는 싱가포르 영주권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가 외국인 세금 적용을 받았는지는 불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