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에 이어 KEB하나은행이 올 하반기부터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장기 교육프로그램을 시작한다. 하나은행은 7월부터 장기 교육프로그램을 시작하려고 했으나 준비기간이 길어지면서 하반기로 시작 시점을 변경했다. 나머지 시중은행 역시 이런 흐름에 합류한다는 계획이다.
◇시중은행, 소호컨설팅 이면에 ‘대출금 회수’가 먼저? = 시중은행이 소호컨설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대출금 회수’를 위해서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금융권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는 405조8000억 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11% 증가했다. 자영업자의 사업 실패로 대출금 회수가 불가능해지면, 은행이 감당해야 하는 리스크도 함께 증가하게 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시중은행들의 소호컨설팅 제공이 ‘빚 내서 빚 갚는 악순환’을 부추기는 꼴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영업자들이 컨설팅을 받고 사업을 확장하면서, 빚을 계속 부풀리도록 방치한다는 뜻이다. 장기적으로 소호컨설팅을 받은 자영업자는 접점이 생긴 해당 은행에서 대출을 받게 될 확률이 높다. 여기에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 지원제도가 시행되면서,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더욱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3월 금융위원회는 영세하고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를 위해 6000억 원 규모의 보증지원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처럼 시중은행에는 연체율 관리를 요구하고, 자영업자에는 대출을 지원해주는 금융당국의 이중적 행보가 자영업자 대출을 잡지 못하는 배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여러 비판의 목소리가 있지만 시중은행이 소호컨설팅을 제공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자영업자가 폐업하지 않고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어나가는 것”이라면서 “컨설팅을 통해 자영업자가 많은 돈을 벌고, 대출금을 성공적으로 갚으면 결론적으론 자영업자와 은행 양쪽 모두에게 긍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도소매·숙박음식점 대출, 금융위기 이후 최고 급증… 가계 빚 ‘신 뇌관’ =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도소매·숙박음식점 대출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골목 상권이 빚으로 연명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의 올 1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 자료에 따르면 1분기 서비스업 가운데 도·소매업 대출 잔액은 149조 원이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다. 도소매업에 숙박음식점업까지 포함한 대출은 205조8000억 원으로, 2009년 1분기(11.8%)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창업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은 소매·숙박음식점업에 청년과 은퇴자가 몰리면서 대출 규모가 커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가 결정적 요인이었다. 동시에 금융당국이 소상공인에 대한 저금리 대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도 대출 규모 확대의 배경이 됐다.
이번 통계에서 두드러진 것은 운전자금 증감액이다.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에서 운전자금은 대폭 증가해 전년 동기 대비 11조8000억 원이 늘었다. 반면, 시설자금은 전년 동기 대비 7조8000억 원 증가하면서 증가폭이 줄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시설자금보다 운전자금 대출이 더 늘었다는 것은 시설을 확충하는 등의 투자 목적이 아니라 사업 자체를 운영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금 조달이 목적이기 때문에 더 위험한 대출”이라고 설명했다.
도소매·숙박음식점업 대출이 급증하면서 가계 빚 증가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영세상공인 대출은 가계 빚과 밀접하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성 교수는 “경기 상황이 악화된 상황에서는 소상공인들이 대출을 받아서 생계 자금으로 많이 쓰기 때문에 자영업자 대출과 가계 빚은 상관관계가 있다”면서 “사업으로 인한 빚이 가계 빚으로 이어지지 않게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