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민주주의 블록인 유럽연합(EU) 28개국은 지난 23일부터 이날까지 유럽의회 선거를 치렀다.
출구조사에서는 지난 10년간 유럽 정치를 지배해왔던 중도우파와 중도좌파 정당들이 총 751석 유럽의회 의석에서 과반에 56석 모자란 것으로 나타났다고 WSJ는 전했다. 반면 친(親)EU에 속하지만 신흥정당들과 EU 회의론자들, 녹색당이 상당한 입지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만큼 연립 협의도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 결과, EU 탈퇴인 브렉시트를 앞두고 있는 영국의 투표 참여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유럽은 이미 복잡한 의사 결정 과정에 더 많은 주름이 가게 됐다. 각국 정부가 EU의 모든 중요 이슈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려왔지만 유럽의회는 안보에서 전화 로밍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안에 대한 규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EU의 주요 무역협정이나 최고지도자 임명 등을 철회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유럽의회 내 가장 많은 세력을 자랑했던 중도우파 정당인 유럽국민당(EPP)은 이번 선거에서 179석을 얻어 유럽의회 내 1당을 유지하지만 의석수는 현재보다 42석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중도좌파인 사회당(S&D)은 41석 잃은 150석에 그칠 전망이다.
리버럴 성향의 자유민주당그룹(ALDE&R)이 107석, 녹색·자유동맹(Greens/EFA)이 70석을 각각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유럽민족자유(ENF)가 58석, 유럽보수개혁(ECR)이 58석, 자유와직접민주주의(EFDD)가 56석을 각각 확보할 전망이다. 이는 난민정책에 반대하면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극우 포퓰리스트 세력이 전체 유럽의회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게 된다는 의미다.
프랑스와 독일 등 여러 국가의 출구조사 결과 EU에 회의적인 추세가 확인됐다고 WSJ는 전했다.
독일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인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연합(CDU/CSU)은 여전히 1위이지만 득표율은 2014년의 35.3%에서 28.0%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사회민주당(SDU) 득표율은 27.3%에서 15.5%로 떨어졌을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녹색당은 독일에서 2위에 오르고 유럽의회 내 자신의 의석수를 이전보다 배 이상 늘릴 전망이다. EU에 회의적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의석수가 종전 7석에서 10석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프랑스에서는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 국민연합(RN)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전진하는 공화국(LREM)’보다 1석을 더 얻고 2014년 선거보다는 7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녹색당 의석수는 6석에서 12석으로 두 배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마크롱의 LREM 등장 전까지 사회당과 함께 프랑스 정치를 양분했던 공화당은 의석수가 종전 20석에서 7석으로 줄어들 것으로 출구조사에서 나왔다.
마린 르펜은 “기성정당의 축출은 오랫동안 우리 정치를 지배해왔던 글로벌주의자와 민족주의자의 분열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출구조사 결과가 정확하다면 이는 그동안 민족주의 부상을 막고 유럽의 더 큰 통합을 부르짖었던 마크롱 대통령이 후퇴하게 되는 셈이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폴란드 등에서도 반체제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WSJ는 전했다.
그리스에서는 개표 초기 집권 급진좌파연합(시리자) 득표율이 약 24%에 그쳐 33%를 얻은 제1야당인 신민주당에 뒤처진 것으로 나타나자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등 정국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