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8일, 자산, 예금, 대출 현황 000억 원·주요 대출상품 실적 현황…’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 집무실 한편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 상황판은 쉴 새 없이 변하는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박 회장은 전국 새마을금고에서 집계된 각종 실적 수치를 상황판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그는 “항상 숫자를 확인하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바로 실무진에게 질문을 던진다”고 말했다.
◇“이사장들 시대 흐름에 맞게 빨리 바뀌어야” = 박 회장은 8일 서울 강남구 새마을금고 본부에서 이투데이와 만나 올해를 ‘고객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간다’라는 고객 중심 경영의 원년으로 삼았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고객) 가까이에서 더 가까이’라는 표현을 여러 번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고객과 접점을 늘려가는 일뿐만 아니라, 비상근 회장제도 개선과 일부 새마을금고 이사장 갑질 문제 해결 등 조직 혁신을 통해 신뢰받는 금융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였다.
박 회장은 먼저 일부 지역 이사장의 갑질 문제에 대해 “부끄럽다”고 운을 뗐다. 그는 “1307개 새마을금고 수장으로서 부끄럽고 고개를 못 들겠다”며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는데 (문제를 일으킨) 이사장들이 시대 흐름에 맞게 빨리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는 (조직이) 투명해야 하므로 이런 문제에 강력하게 대처할 계획”이라며 “취임 후 이사장에게 개혁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얘기했는데 결국 중앙회가 변하면 다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새마을금고법을 강화해 이사장 자격 강화를 추진 중이다. 또 이사장 교육을 따로 진행할 예정이다. 내부적으로는 고충처리단을 운영해 제보를 받아 투명 경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 회장은 “준법감시부를 통해 (이사장 문제 신고가) 계속 보고되고 있다”며 “본인 취임 이후 이사장이 몇 번 바뀌었고, 앞으로도 갑질 문제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박 회장은 비상근 회장제 개편에도 근본적으로 동의했다. 그는 “저는 임기만 채우고 나가면 그만이지만 조직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려면 회장은 상근직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MG손해보험 정상화 전념… 이달 말 윤곽 드러나” = 박 회장은 ‘아픈 손가락’인 MG손해보험 정상화 의지도 밝혔다. 앞서 MG손보는 금융당국에 세 차례 경영개선안을 제출한 끝에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중앙회는 재무적 투자자 형태로 MG손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은 “이사로 근무할 당시에 MG손보 인수를 유일하게 반대한 사람이라 (MG손보를) 버리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면서도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중앙회의 돈이 투입된 이상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이를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MG손보 정상화 진행 상황에 대해 “현재 투자자(유치)가 잘 진행되고 있는데 이달 말 정도에는 확실한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현재 80% 정도 완료됐다”고 귀띔했다. 또 MG손보를 정상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새마을금고법 개정을 통한 경영개선도 이뤄내겠다고 했다.
박 회장은 구체적인 계획과 관련해 “현재 상대적으로 서비스가 부족해 금고에서도 가입자를 많이 유치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관련 법 문제도 있다”며 “만약 우리가 수수료를 주고 금고 직원이 (보험을) 판매하면 MG손보는 급격히 커질 수 있으므로 금고에서 직접 상품을 팔 수 있는 제도와 법을 찾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1년 새 자산 14조 원 증가… IT·비대면 영역 강화 = 중앙회는 올해 고객과 접점을 늘리는 데 전력을 다할 방침이다. 지난해 3월 박 회장 취임 이후 고객 유치에 힘쓴 결과 3월 말 기준으로 자산 66조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월 대비 27%(14조 원) 증가한 수치다.
박 회장은 “일선 임직원이 열심히 일한 부분도 있지만, 우리 새마을금고는 1금융권과 차별성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러면 결국 더 가까이 다가가는 친절을 강조했고, 각종 카드 발급이 안 됐었는데 취임 이후 상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새마을금고는 여러 가지 장점이 많지만 특히 ‘새마을금고는 안전하고 건실하다’는 얘길 자주 한다”며 “우리는 회원에게 ‘새마을금고는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것이 없다’는 점을 다른 사람에게 자랑스럽게 말하라고 한다. 앞으로 토종 금융기관으로서 큰 장기적인 발전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박 회장은 새마을금고의 약점인 청년 고객 부재와 IT 분야 약세를 인정하고 빠른 시간 내 극복하겠다고 했다. 그는 “새마을금고 이용자층의 연령대를 보면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젊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탤런트 문채원 씨로 모델을 교체했고, 저출산세대 문제 해소를 위해 ‘우리아기정기적금’을 출시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누구나 어릴 때 새마을금고를 접하지만 이런 경험이 사회생활 시작 이후까지 연결되지 않는 점을 안타깝게 여기고 IT 분야 강화 등을 통해 접점을 확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실업 청년 주거비용 지원사업 참가자에게 물었더니 초등학생 때 새마을금고 통장을 만들어보고, 새마을금고 장학금을 받아 본 사람들이 많았다”며 “그런데 사회에 진출해 이런 경험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결국 새마을금고가 디지털 분야로 조금 더 빨리 움직였으면 이탈하지 않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IT 분야 강화 계획에 대해선 “올 연말까지 IT센터를 서울 강서구 화곡동으로 이전하는데 이제는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며 “중장기 계획으로는 앞으로 금융사 무인점포가 많이 활발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데 (이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IT 분야에 투자하지 않으면 새마을금고가 살아남을 수 없으므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박 회장은 새마을금고가 1금융권이 할 수 없는 생활 밀착형 금융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새마을금고는 학교 도서구매비 지원과 어린이집 물품 구매 등 밀착경영을 실천하고 있다”며 “1금융권은 이렇게 할 수 없지만 우리는 냇물이 흘러 바다가 되듯 소상공인과 서민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채널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마을금고는 ‘가까이에서 더 가까이’라는 문구처럼 후손에게 따뜻하게 물려줄 수 있는 금고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담 = 안철우 금융부장 acw@
정리 = 정용욱 기자 dragon@
◇주요 약력
△출생 1957년 1월 4일 △1997년 7월 울산광역시의회 의원 △1997년 2월~2018년 3월 동울산새마을금고 이사장 △2002년 4월~2010년 3월 새마을금고연합회 울산경남지부회장 △2010년 2월~2013년 12월 새마을금고중앙회 이사 △2018년 3월 제17대 새마을금고중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