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라는 용어 앞에 구독이라고 쓰곤 있으나 그 어원을 보면 ‘접속(access)’이다. 구독경제는 연결만으로도 소유나 공유 이상의 지출 대비 만족감을 얻는 행위를 말한다. 애써 옛 구매 행태를 비유하자면 신문이나 우유의 정기배달 방식, 정수기나 자동차의 리스(Lease)와 유사하거나 단순 확장판으로 보여질 수 있다.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단순한 기획으로는 성공하기 쉽지 않은 게 구독경제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AI(인공지능)의 첨단 분석 및 응대 기술과 클라우드 및 스트리밍의 저장 및 전송 기술 그리고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의 분석 및 적용 기술이 더해져야만 제대로 된 ‘구독경제’를 이룰 수 있다. 소위 말하는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가 적용된 재미의 지속적 창출이 있어야 하고, 이용자가 언제 해지하든 여타의 불이익 없이 깔끔하게 이별해줄 조건이어야 한다. 구독경제를 표방하려면 일말의 의심받을 꼼수가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불황기라면 더더욱 잘 맞아떨어질 수 있기에 사업을 하는 필자에게 있어서도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했던가. 난세에 난 영웅이 바로 구독경제의 패러다임인 듯싶다.
구독경제의 완전무결한 성공모델의 효시는 ‘넷플릭스’다. 적은 월정료를 내고 무제한 영화를 스트리밍으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의 사용 패턴을 실시간에 분석해 제시해주는 체계는 ‘귀차니즘’에 익숙한 Z세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유료회원이라도 해지하고 싶으면 언제든 접속을 해제하면 될 뿐 위약금을 비롯해 그 어떤 불이익도 없다. 얽매이지 않으니 만족도는 오히려 더해지고 입소문은 순식간이 확산된다.
넷플릭스의 성공 신화를 좇다가 혼쭐나는 기업도 있다. 미국의 스타트업인 무비패스는 월 9.95달러(약 1만1100원)의 이용료로 전국의 90%가 넘는 오프라인 극장 어디에서나 매일 영화 한 편씩 볼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1년 만에 300만 명이 넘는 유료회원을 얻었다. 성공하는가 싶지만 우려대로 극장에 내줘야 할 무료 티켓 값이 1억 달러(약 1121억 원)가 넘는 등 누적 적자에 허덕이며 실패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용자에게만 좋을 뿐 사업의 선순환 및 확장성이 부실해 실패하고 있는 사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유경제 사업모델은 기획만 탄탄하다면 승부수를 던져볼 만한 매력적인 기회이다. 지금 같은 불황기에는 어쩌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수도 있다. 불황기에 딱 맞아떨어지는 비즈니스 모델이 구독경제임은 틀림없으니.
구독경제를 바탕으로 형성된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매일 칵테일 한 잔씩을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월 9.99달러(약 1만1200원)의 후치(Hooch) △면도날 정기배송 플랫폼으로 320만 명의 유료회원을 가지고 질레트의 미국 시장 점유율을 20%나 떨어뜨린 달러 쉐이브 클럽 △애완견의 간식과 장난감을 정기 배송하는 바크박스(Barkbox) 등이 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미미박스를 비롯해 W카페, 데일리샷, 밀리의 서재, 무릉외갓집, 언니네텃밭, 만나박스, 핸섬박스, 먼슬리 코스메틱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도전하고 행동한다. 구독경제 스타트업의 기개에 중견기업도 기를 쓰지 못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대중은 효용이론에 따라 더 만족스러운 곳에 돈을 지불하기 마련이다. 꼼수가 통하던 시대는 끝났고 현혹으로 만든 매출은 연속되지 않음을 이미 경험했다. 공급자와 이용자 간의 관계에 상호 윈윈의 요소를 찾아야만 알려지고, 찾아오고, 경험하고, 유지되며, 확장되어 결국 성공에 이르게 된다. 광고보다는 입소문에 적합해 부적절한 낭비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적게 먹되 꾸준히 가자는 디딤돌 전략이 필요하다면 지금이 구독경제를 실행하기에 적기다. 필자도 구독경제의 매력에 푹 빠져 요즘을 기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