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분유 이물질 논란에 이어 최근 유아용 주스 ‘아이꼬야’에서 곰팡이가 발견되면서 소비자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대표 품목인 분유 이물질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대대적인 공장 견학을 실시한 지 한달여 만에 또다시 유아용 주스 이물질 논란이 불거지며 남양유업은 갑질 논란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이 곰팡이 논란이 된 ‘아이꼬야’의 판매 중단에 나서면서 갑질 논란으로 위축됐던 매출 축소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남양유업은 대리점 갑질 논란이 벌어진 2013년 이후 매출이 매년 정체 또는 감소세를 보여였다. 남양유업의 매출은 2014년 1조1517억 원, 2015년 1조2150억 원, 2016년 1조2391억 원, 2017년 1조1669억 원을 기록했다.
갑질 논란 이후 남양유업은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이어지며 급기야 분유업계 1위로 군림해 왔던 명성도 2016년 매일유업에 내줘야 했다.
갑질 논란과 아이꼬야 이물질에 대한 남양유업의 대응 방식도 유사하다. 논란이 발생한 후 나흘이 지난 후에야 사과문을 게재했고 이 역시 책임을 회피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 것이 대표적이다. 남양유업은 14일 소비자가 네이버카페에 ‘아이꼬야’ 곰팡이 발생에 대한 내용을 게시한 후 나흘이 지난 후에야 사과문과 함께 판매를 중단했다.
육아카페와 SNS에서는 이 같은 남양유업의 사과에 진정성마저 의심하고 있다. 곰팡이 발생에 대한 사실에 대한 사과보다 변명하기 급급한 문구가 더 신뢰를 깨뜨렸다는 것.
남양유업의 사과문에는 “아이꼬야 우리아이주스 레드비트와 사과 제품에서 곰팡이가 발견됐다는 클레임으로 고객님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의 말씀드린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문구만 보면 곰팡이 발생보다 곰팡이 발생 클레임이 고객에게 심려를 끼친 듯한 뉘앙스다.
여기에 “제조 과정이 아닌 배송 중 발생한 핀홀 현상(Pin Hole)이 원인”이라는 설명도 석연치 않다. 제조상의 문제는 없으나 유통과정상 결함이라는 설명은 책임소재를 제조사가 아닌 배송 또는 유통사로 떠넘기려는 인상마저 준다.
카페와 SNS에서 소비자들은 “배송 회사 탓만 한다”, “2013년부터 불매운동 중이다” 등 남양유업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어 이번 사건이 갑질 논란에 이은 최대 위기로 번질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이다.
남양유업의 이물질 논란이 최근 전 제품군에 발생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코딱지’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분유에서 발견됐고, 초코우유 ‘초코에몽’에서 쇠막대기가 나온 데 이어 곰팡이 주스까지 등장한 것이다. 분유 이물질 논란은 공장 견학 확대를 통해 자체 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곰팡이 주스는 수장의 사임으로 인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남양유업은 첫 외부 출신 전문경영인으로 이정인 대표를 선임했으나 취임 1년이 안 된 지난해 말 돌연 사임했다. 현재 남양유업은 이광범 대표집행임원이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담당하고 있다. 당분간 대표이사가 선임될 때까지 직무대행 체제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