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 ‘IFA 2018’ 현장을 둘러본 업계 관계자들은 전시회의 화두를 이같이 축약했다. IFA 현장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인공지능(AI) 생태계 주도권을 놓고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향후에도 가열될 이번 전쟁에서 승기의 핵심은 ‘동맹’으로 얼마나 세력을 확장할 수 있는지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그동안 AI는 콘셉트와 미래의 일상생활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소개되다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생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고 올해 성패의 윤곽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기업들은 AI 플랫폼을 두고 격렬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제조사 대표 진영과 소프트웨어 및 빅데이터 주도권을 쥐고 있는 구글 등과의 대표 기업 간 ‘적과의 동침’이 관심사다.
구글은 자체 디바이스 없이 글로벌 제조사 제품 곳곳에 침투한 ‘구글 어시스턴트’로 AI 시장을 공략한다. IT·소프트웨어 회사답게 눈에 띄는 AI 가전제품을 드러내지 않는 대신에 글로벌 가전기업들과 어깨동무를 하며 곳곳에 AI 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를 뿌리내리고 있다. 제조사들이 구글의 AI 플랫폼 진영에 줄을 서며 구글 어시스턴트는 막강한 확장성을 보여주고 있다. 구글은 LG전자, 소니, 화웨이 등의 제품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적용시켰다.
현재 AI 플랫폼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는 IT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구글, 아마존, 네이버 등의 회사들은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바탕으로 AI를 강화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포털사이트, 애플리케이션 마켓과 자체 애플리케이션,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 등 폭넓은 창구를 활용해 자연스럽게 사용자들을 자사 AI 플랫폼에 끌어들이고 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이들 진영에 들어가는 것이 자체 AI 플랫폼 전략을 고수하는 것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막강한 디바이스 라인업에 ‘빅스비’를 적용해 AI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해마다 5억 대씩 팔리는 삼성전자의 제품으로 ‘우리 제품으로 다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능형 어시스턴트 ‘빅스비’와 오픈형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기반으로 다양한 모바일 기기와 가전제품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다른 기업과의 협업뿐만 아니라 막대한 투자와 인수합병(M&A)을 통해서 자체 동맹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삼성은 사상 최대 규모인 9조 원을 들여 인수한 하만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는데, AI 스피커 ‘갤럭시홈’에는 하만의 AKG스피커 6개와 우퍼 등을 장착해 경쟁 제품에 비해 음질을 높였다.
2016년 미국 AI플랫폼 개발 기업 ‘비브랩스’를 인수했고, 2017년에는 대화형 AI서비스 국내 스타트업 ‘플런티’를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AI 기반 네트워크 트래픽 분석 기업 ‘지랩스’를 품에 안으며 AI 역량을 넓혀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플랫폼을 종합 가전사로 접근하느냐 아니면 제품별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또 고객 관점으로 접근할지, 제조사 관점으로 접근할지의 전략적 차이가 기업별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아마존, 네이버, 알리바바, 화웨이 등 제조사, IT 기업들도 AI 기업 투자 및 인수를 통해 AI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주력계열사 5곳과 ‘LG 테크놀로지 벤처스’를 설립하고 활발하게 AI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이스라엘 자율주행 AI 업체 ‘바야비전’, AI적용 솔루션 특허 보유 업체 ‘자이어팔콘’ 등에 투자했다.
네이버는 챗봇 솔루션 개발 기업 ‘컴퍼니AI’를 인수한 것에 이어 ‘퓨리오사AI’, ‘딥픽셀’, ‘토크IQ’ 등 AI기반 챗봇, 머신러닝, AI음성통화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했으며, 카카오도 ‘스켈터랩스’, ‘레블업’, ‘토룩’ 등 다양한 AI분야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신기술 추세를 자체 개발로 따라잡기는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기업들은 상황에 따라 필요한 기술보유 기업들과 협업 또는 인수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