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이 27일(현지시간) 회담 직후 발표한 ‘판문점 선언’을 두고 외신이 엇갈리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연내 종전 선언을 한다는 문구에 대해서는 큰 진전이라면서도 비핵화 실현의 구체성에는 회의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판문점 선언이 ‘평화’라는 단어를 11번 사용하면서 긴장 완화와 더 나은 유대 관계 강화에 중점을 뒀다고 분석했다. 다만 ‘핵’ 또는 ‘비핵화’라는 단어는 4번 언급한 데 그쳤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또 가장 어렵고 까다로운 논의인 핵무기에 관해서는 대부분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회담으로 미뤄두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남북이 올해 종전 선언과 비핵화라는 대담한 목표를 세웠다”며 회담의 성과를 언급했다.
CNN은 판문점 선언을 환영하는 전문가들 못지않게 의구심을 나타내는 전문가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제임스마틴핵무기확산방지연구센터(CNS)의 캐서린 딜 연구원은 “핵미사일 시설에서 김 위원장이 웃으면서 찍은 사진이 얼마나 많은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김 위원장과 문 대통령이 평화 의지를 다지고 회담에 임했다고 해도, 보이기 위한 면이 포함돼 있을 것”이라며 “어떤 의미에서 김 위원장이 보여지는 면을 의식했을 것이란 의미”라고 말했다. 딜 연구원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은 식상하지만 맞는 말”이라며 “공동선언문에 비핵화가 언급됐다고 해도 그것을 달성하는 데는 매우 복잡한 과정이 남아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영국의 위기 컨설팅 전문업체인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미하 흐리베니크 아시아 전문 애널리스트는 “일단 카메라가 꺼지고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열기가 가라앉으면 양측 실무진들은 그때부터 소매를 걷고 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을 없앨 것이라는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 희박하다”며 “우리는 김정은 체제에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이 가능한 한 많은 경제적, 안보적 양보를 이끌어 내기 위해 갑작스러운 공격 공세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 육군 대령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한미연구소(ICAS) 선임연구원은 “과거에 성공적으로 이행되지 못했던 많은 합의가 있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판문점 만남을 통해 우리는 희망을 품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김 위원장 일가의 성격과 도발의 역사에 대해 명확한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70년간 이어진 북한 정권의 본질이 단 하루의 사건으로 바뀔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회담장에서 나타난 김 위원장의 온건한 행동에 감탄한 나머지 탄압당하는 북한 주민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방송과 신문을 매일 보고 있는데 사실 북한은 선동 매체는 북한 주민들에게 상당히 다르게 말하고 있다”며 “북한은 최근의 평화로운 한반도 분위기가 핵무기 개발 완료의 성취에서 비롯했다고 선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NYT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현 상황에 기반할 때, 정상회담 합의문에 있는 목표를 달성할 방문이 무엇이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합의문에 있는 내용 대부분이 단순한 희망”이라며 “북한 비핵화를 위한 확고한 기반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