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가계와 부동산에 쏠렸던 자금을 중소 혁신기업으로 돌리기 위해 주택가격 대비 대출금액 비중이 높은 고LTV(담보인정비율) 대출이나 가계대출에 대한 자본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가계대출에 대한 자본규제를 강화함으로써 혁신 중소기업으로 자금이 흐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21일 금융위는 이런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금융권 자본규제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올 하반기부터 은행들은 예대율 산정시 가계대출의 가중치를 15% 높이고, 기업대출은 15% 낮춰야 한다. 예대율 규제는 원화예수금 대비 원화대출금 비율로, 은행감독규정상 100% 이하로 관리해야 한다.
앞으로 가계대출에 대한 가중치가 높아지면 은행들은 예대율을 100%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가계대출을 줄이거나 분모인 예수금 자체를 늘려야 한다. 하지만 예수금 늘리려면 예금금리를 높여야 해 조달비용이 증가하는 부담이 있다. 현재는 가계대출이든 기업대출이든 가중치 없이 액수 그대로 분자인 대출금에 반영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급격한 대출여력 축소를 막고 기업대출 취급유인을 높이기 위해 (가계대출만 가중치를 높이지 않고) 가계와 기업부문 가중치를 함께 가감 조정했다"며 "향후 조달 비용 부담 등에 따라 과도한 가계대출 취급유인이 억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규제를 적용하면 전체 시중은행의 예대율 98.1%는 99.6%로 상승한다. 한 시중은행은 현 99.1%인 예대율이 100.8%로 상승해 예대율 규정을 위반하게 된다. 기업대출이 상대적으로 많은 지방은행은 오히려 예대율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기업대출을 취급하지 않는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은 기존 방식대로 가중치 없는 예대율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금융위는 가중치를 달리하는 예대율 규제를 6개월 유예기간을 부여한 뒤 올해 하반기 시행할 계획이다.
또한 LTV가 60%를 초과하는 주택담보대출에는 위험가중치를 현재 35%에서 70%로 높이기로 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은행 자본이, 예상치 못한 손실에 대비해 적정한지를 판단하는 지표다. BIS비율은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로 수치가 높을수록 재무건전성이 우수하다는 의미다.
고 LTV 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높게 매기면 분모가 증가하는 만큼 BIS비율이 내려가게 된다. 이에 은행들은 BIS비율 하락을 막기 위해 위험가중치가 높은 고LTV 신규 대출을 줄이거나 기존 빌려줬던 고LTV대출의 상환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 그만큼 중소, 혁신기업에 대출을 하라는 것이 정책의 취지다.
금융위는 이를 적용할 시 은행권 평균 BIS비율이 최대 약 0.1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규제는 은행별 BIS비율 하락 등을 감안해 2년간 위험 가중치를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전체 대출에서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만큼 추가로 자본을 더 쌓도록 하는 '경기대응완충자본'도 도입된다.
금융위가 거시경제상황 등을 감안해 가계대출의 0~2.5% 범위 내에서 적립비율을 결정하면 은행별로 가계대출 비중에 따라 추가로 자본을 적립해야 한다. 예컨대 금융위가 1% 적립비율을 정하면, 가계대출이 전체 대출의 50%를 차지하는 은행은 0.5%의 자본을 추가로 쌓아야 한다. 금융위는 최대 적립비율인 2.5%를 가정하면 시중은행별로 자본을 0.8~1.2%포인트 더 적립해야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창업, 벤처기업 등 생산적인 분야로 자금이 흐르도록 하는 데 정책의 중점을 뒀다"며 "이번 자본규제 개편시행으로 최대 40조 원 내외의 가계대출 감축 유인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