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있을 때 내부 유보 늘리고 손실 흡수 능력을 키워야 한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발언이다. 은행들이 시장금리 상승과 대출 확대로 6년 만에 ‘실적 잔치’를 벌이고 있지만, 향후 바젤의 자본규제 강화 등에 대비해 내부유보 확대로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2022년 새로운 국제은행자본규제 기준인 ‘바젤Ⅲ’가 시행되는 데 따라 은행권의 대출·투자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는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바젤Ⅲ 규제 개혁안에 합의한 데 따른 조치다. 개편안은 시장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5년의 경과 기간을 두고 2022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이번 규제 개혁안은 은행 자본을 규제할 때 자산의 신용위험 측정 방법을 차등화한 게 핵심이다. 주택담보대출에 위험 가중치를 35%로 일괄 적용하던 것을 담보인정비율(LTV) 수준에 따라 20~70%로 차등 적용하는 식이다.
금감원은 이번 규제 개편이 은행 자본건전성 등 리스크 관리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 대응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1분기 중 규제개편 설명회를 열고 3분기에는 국내 은행 여건을 반영할 수 있도록 ‘공개협의안’ 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다. 공개협의안은 금감원이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금융감독·검사 제재 프로세스 혁신 방안 중 하나다. 행정규제기본법상 절차와 별개로 규제개편 취지와 내용, 영향분석 등 일정을 공개하고 은행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한다. 아울러 금감원 리스크 전문가를 통해 은행별 컨설팅을 제공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바젤Ⅲ 기준에 맞춰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과 레버리지비율 규제를 도입키로 했다. NSFR는 중장기 유동성을 관리하는 지표로 이 비율이 100% 이상이어야 한다. 장기적인 자금조달리스크를 축소하기 위해 영업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안정적인 자금조달원을 통해 확보하도록 하는 수단이다. 레버리지비율은 과도한 차입에 의한 영업을 제한하기 위한 규제로 기본자본을 총익스포저로 나눈 값이 3% 이상이어야 한다. 금융위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은행업 감독규정을 개정, 이달 31일부터 시행한다.
또한 감사원 등으로부터 상위 법령의 위임 근거가 없다고 지적받은 규제를 개정안을 통해 정비한다. 이에 은행이 금융채 발행 실적을 금융당국에 매분기 보고해야 하는 의무는 없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 경영진에서 관심을 갖고 자본 및 포트폴리오 전략을 재정비하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국내은행의 경쟁력을 높일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