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초반에 치러지는 선거는 여당에 유리하다. 집권 초기의 대통령 지지율은 자연스레 여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진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만 1년 만에 치러지는 올해 지방선거가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과거 비슷한 상황에서 열린 지방선거 사례를 분석해보면 ‘여당 우세’ 성향이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2014년 6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4개월여 만에 치러진 지방선거가 대표적이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출범 초기 치러진 선거임에도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었다. 밖으로는 ‘세월호 참사’ 직후 치러지는 선거 상황에 부담을 느꼈고, 안으로는 ‘여소야대’의 패널티를 안고 지방선거를 완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와는 다르게 선거는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났다. 당시 성적이 여당의 승리로 평가를 받지만, 새누리당의 입장에서는 서울시장직을 놓친 건 ‘옥에 티’다. 광역단체장은 민주당에 1석 뒤졌지만(새누리당 8석, 민주당 9석)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기초의원 모두 민주당을 앞선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는 선거를 앞두고 충청지역 정당인 자유선진당을 흡수통합해 선거를 치렀다는 변수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정권 출범 초기의 ‘여당 프리미엄’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정권 출범 중반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는 여당이 역차별을 받았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명박 정부 집권 3년 차에 치러진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이 크게 패배했다. 당시 정몽준 대표가 이끌던 한나라당은 2006년 지방선거보다 광역단체장 6석, 기초단체장 73석, 광역의원 269석을 잃으며 대패(大敗)했다. 이는 민주당이 ‘잘 싸웠다’고 평가하기보다는 당시 이명박 정부 중간평가의 성격이 더 짙었다는 해석이 더 설득력이 있다. 범위를 넓혀서 참여정부 4년 차에 치러진 2006년 지방선거에서도 여당은 크게 패했다.
과거 지방선거 결과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집권 초기 치러진 선거와 그 이후에 치러진 선거가 명확히 구분된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여당인 새누리당이 서울시장직을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에게 내주긴 했지만, 인천(유정복)경기(남경필) 등 수도권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또 전통적 텃밭인 부산(서병수)대구(권영진)울산(김기현)경남(홍준표)경북(김관용) 수성에 성공했다. 아울러 제주특별자치도(원희룡)에도 깃발을 꽂으면서 기세를 더했다.
반면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에서는 여당인 한나라당이 서울(오세훈)경기(김문수)를 제외하고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경남(김두관)을 지키는 데 실패했고, 기초의원을 제외하고 광역단체장기초단체장광역의원 모두 당시 야당인 민주당에 밀리는 성적표를 받아봐야만 했다.
결국 변수는 여야가 ‘실수를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렸다. 여당의 낙승이 예상되지만, 지방선거까지는 5개월 이상 시간이 남았다. 그동안 판세를 바꿀 사건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역시 가장 큰 변수는 지방선거에 나설 사람을 뽑는 일, 공천(公薦)이다. 제1야당인 한국당은 지난 연말 지방선거를 대비해 현역 4명을 포함한 총 62명의 지역 당협위원장을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한국당은 1월까지 조직 정비를 마치고, 2월까지 공천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따라서 향후 여당의 공천 과정에서 당내 갈등이 표출된다면 민심이 이반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