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터넷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IT 거인들의 전쟁이 이제 알리바바그룹홀딩과 텐센트의 양자 대결로 굳혀지고 있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중국시장에서는 두 회사와 함께 중국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 바이두까지 세 회사가 치열하게 대결하는 양상이었다. 이에 이들 세 회사는 ‘BAT’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인터넷 시장이 모바일로 전환하면서 바이두가 뒤처지기 시작했으며 현재 알리바바와 텐센트, 즉 AT가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쳐나가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개했다.
이달 초 중국 정부 후원으로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세계인터넷콘퍼런스는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전쟁을 엿볼 기회였다. 당시 한 만찬회장에서 텐센트의 마화텅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10대 인터넷 기업의 수장들과 함께했다. 이 중에는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과 온라인 음식배달업체 메이퇀뎬핑도 포함됐으며 1곳을 제외하면 모두 텐센트가 투자한 기업이었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반(反) 알리바바 동맹’이 결성됐다며 화제를 모았다.
이후 텐센트는 알리바바의 핵심 사업인 소매업에 파고드는 모습을 보였다. 텐센트는 지난주 중국 슈퍼마켓 체인 융후이슈퍼스토어스 지분 5%를 6억3800만 달러(약 6884억 원)에 사들였다. 이번 주에는 알리바바에 이어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 JD닷컴과 함께 3위인 VIP숍 지분 12.5%를 인수했다. 텐센트는 지분율 18%로 JD닷컴의 대주주다. 플럼벤처스의 우스춘 설립자는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전면전에 돌입했다”고 평가했다.
알리바바 대변인은 “텐센트와의 경쟁은 우리를 더 좋게 만들며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혜택을 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말했다. 텐센트 측은 사용자와 개발자, 기타 우리의 생태계 내 기업들에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각각 전자상거래와 게임, 메시징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성장했으나 이제 금융과 결제, 클라우드 컴퓨터와 엔터테인먼트, 자전거 공유에서 음식 배달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영역에서 경쟁하고 있다. 마화텅은 최근 “우리와 알리바바는 10여 개 사업영역에서 경쟁하고 있다”며 “너무 많은 것 같다”고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양사는 중국인의 식사와 여행, 즐길 거리에 이르기까지 중국인의 삶에 그 어떤 기업보다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AT와 영향력을 비교할 수 있는 기업은 미국의 ‘FANG(애플ㆍ아마존ㆍ넷플릭스ㆍ구글)’밖에 없다고 WSJ는 강조했다.
중국 내 인터넷 사용자 수 증가세가 둔화하는 등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고 있어 양사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한 중국 유력 투자자는 “과거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스타트업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싸웠다”며 “이제는 더욱 직접적으로 대결하고 있다. 이는 세계대전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중국 IT 업계 관계자들은 VIP숍이 그랬던 것처럼 다른 업체도 알리바바나 텐센트 중 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소매 분야가 양사의 주전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막대한 이익 창출과 더불어 소비자 빅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결제시스템을 승리의 열쇠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 알리바바의 온라인 장터 타오바오와 텐센트의 메시징 앱 위챗은 서로 링크를 차단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텐센트의 텐페이 결제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고 JD닷컴은 알리페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알리바바는 최근 수년간 온라인 소매업체와 백화점, 식료품 체인을 인수해 알리페이의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텐센트가 최근 소매업에서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도 이에 대항하기 위해서라고 WSJ는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양사의 경쟁이 격화하면 중국 정부의 견제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인민은행의 한 관리는 지난 6월 “특정 회사를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데이터 과점’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