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사업 등록 저울질하는 다주택자들

입력 2017-11-30 06:00 수정 2017-11-30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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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격 많이 뛰면 임대사업자가 유리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다주택자를 제도권 임대사업자로 유인하기 위한 정부 방안이 올해 안에 나올 것 같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주택 임대차 시장 투명성 확보와 안정성 강화를 위한 임대사업 등록 활성화 및 세입자 권리 보호 방안을 연내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방안은 벌써 나왔어야 했으나 임대사업자 등록 촉진을 위한 각종 인센티브 논의 과정에서 관련 부처 간 조율이 잘 안 돼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국토부가 추진 중인 임대사업 유인책 가운데 공시가격 6억원이 넘는 고가주택에 대해서도 세금 혜택을 주는 방안은 세법 개정 작업이 없이는 불가능한 처지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건강보험료 부과 문제도 큰 걸림돌이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지역가입자로 편입되면서 직장 가입자보다 높은 건강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 등록을 꺼리고 있어 이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임대차 시장 투명성 확보 구상은 제 효과를 내기 힘들다. 그래서 건강보험료 인하 방안을 놓고 복지부와 논의하고 있으나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 모양이다.

관련 부처로서는 관련 사안들이 예산 등 자금 문제와 결부돼 있어 지금으로서는 획기적인 솔로몬 지혜가 시급하다. 아무튼 국토부는 올해 내로 다주택자들에 대한 임대사업자 등록 유인책을 내놓는다고 하니 그 내용이 사뭇 궁금하다.

그렇다면 다주택자가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하면 어느 정도 유리할까.

주택시장 분위기에 따라 차이가 많아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지만 보통의 주택경기 상황이라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게 좀 나을 듯싶다.

정부가 내년 4월부터 다주택자에 대해 양도세율 누진제를 적용하고 임대 소득을 철저히 밝혀내 세금을 철저히 물릴 경우 그렇다는 소리다. 여기다가 전·월세 상한제가 도입되면 임대사업자로 등록을 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

그러나 대단위 신규 입주단지는 초기 임대료가 낮게 평가돼 임대사업자 등록이 불리할 수도 있다. 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주변 시세 절반 가격의 전세가 나오기도 한다. 이런 경우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나면 전세가격이 시세 수준으로 회복되기 때문에 5% 임대료 인상 제한이 걸려있는 임대사업자로서는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는 뜻이다. 임대료 인상제한 기준은 처음 정한 전세가격이나 월임대료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계약기간이 끝나더라도 임대료를 시세대로 올릴 수가 없다.

이는 특수한 사례이고 일반적인 주택시장에서는 정부의 인센티브 덕택으로 임대사업자가 여로 모로 이득이다.

대략적으로 추산을 해보자.

연간 임대료가 2400만원인 경우를 보면 이 주택의 가격은 월세 전환률 8%를 적용할 때 3억원으로 계산된다.

먼저 임대소득를 따져보면 등록 임대사업자는 임대차 계약기간 2년간 임대료 인상을 5% 이상 올릴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 10년간 임대료 총액은 최대 2억5000만원이 된다.

반면에 등록사업자가 아니면 임대료를 마음대로 올려도 아무 상관이 없다. 연간 10% 인상한다고 치면 총 임대소득은 3억원이 좀 넘고 인상률 15%이면 3억2000만원 정도다. 그러니까 등록 임대사업자와 비 등록사업자간 임대소득은 5000만~700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임대소득만 치면 임대사업 등록자가 손해가 심하다. 임대료 상승률이 높아질수록 소득차는 더 벌어진다.

그러나 주택가격 상승분을 고려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가격 상승 폭이 클수록 임대등록사업자가 이득이다. 양도 차익이 얼마가 되던 양도세를 면제받기 때문이다. 반대로 가격이 별로 오르지 않으면 임대료 상승 제한을 받는 임대사업자가 불리해진다.

주택가격이 매년 3% 상승할 경우 10년 후 주택가격은 4억원이고 5%씩 오른다고 가정하면 4억9000만원이다. 양도 차익은 각각 1억원, 1억9000만원이다. 양도 차익에 대한 양도세는 세율을 2주택자에 대한 누진세 10%를 합쳐 40%로 잡는다면 각각 4000만원, 7600만원으로 계산된다.가산율 20% 적용 대상인 3주택 이상이면 양도세가 더 불어난다.

이를 임대소득과 비교하면 일반 임대주택의 임대료 인상폭이 10%밑으로 떨어지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게 낫다. 취득세·재산세 혜택 분을 감안하면 등록 임대사업자가 이득이다. 3주택 이상자는 더욱 그렇다.

반면에 임대료가 급등하고 주택가격이 안정세를 보일 때는 임대사업자가 손해다. 연간 임대료 상승률이 15%면 임대소득 기준으로 비등록자가 등록업자보다 7000만원 가량 많다. 양도세를 감안하지 않은 상태의 얘기다.

따라서 주택가격 상승률이 연간 2%이하로 떨어지고 임대료 상승폭이 15%만 돼도 2주택자 입장에서는 등록을 안하는 게 이득이다. 등록사업자에게 주는 각종 세금 혜택 분을 감안하더라도 그렇다.

그러나 정부는 다주택자를 옥죄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도록 할 참이어서 공식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게 여러 가지로 심간이 편할 지 모른다. 더욱이 다주택자를 임대료 통제를 받는 제도권으로 대거 끌어들이면 임대료 급등과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민간 임대주택이 임대료 인상 제한을 받기 때문에 마음대로 임대료를 올릴 수 없다.

많은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자로 전환할 경우 주택가격은 몰라도 임대료는 확실히 잡히지 않을까 싶다. 임대료가 안정되면 부동산 투자 수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임대료 상승폭이 낮으면 주택가격도 터무니없이 뛰지 않는다. 임대료가 싼 임대주택이 많아 굳이 내 집을 마련하지 않아도 큰 불편이 없다. 이는 구매수요 감소로 이어져 집값도 안정될 것이라는 뜻이다.

물론 수요가 많은 곳은 주택가격이나 임대료가 크게 오를 가능성이 크지만 대부분의 지역은 전반적으로 주택및 전·월세시장은 안정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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