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아시아 최초로 무인 트럭이 달리고 있다. 벨기에 물류회사 카툰네티가 최근 자율주행 트럭 시험 운전을 시작했다. 싱가포르 정부도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산업계와 공공 분야에 자율주행 차량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방침이다.
지난달 24일부터 싱가포르 화학 산업 중심지 주롱섬의 엑손모빌 화학 공장을 약 30t의 플라스틱 수지를 실은 무인 트럭이 누비고 있다. 무인 트럭은 포장센터에서 약 3㎞ 떨어진 보관시설까지 제품을 운반한다. 24시간, 일주일 내내 쉬지 않고 일하며 연간 25만 톤의 제품을 운반할 수 있다.
시험 운영에 사용되는 트럭은 네덜란드 자동차 제조업체 VDL그룹과 싱가포르 경영대학이 공동 작업으로 만들었다. 도로에 설치된 센서와 통신하는 트렌스폰더를 사용해 운전한다. 무인 트럭이 다니는 길에는 3800여 개의 센서가 설치돼 있다. 내년에는 보다 정교한 GPS에 의한 경로 유도 기술로 전환할 계획이다. 코엔 카든 카툰네티 싱가포르 최고경영자(CEO)는 트럭 가격이 약 50만 싱가포르달러(약 4억 원)라고 설명했다.
카툰네티는 운전기사 없이 작동하는 트럭으로 임금 비용이 줄어들고 경쟁력이 높아지길 기대하고 있다. 카든 CEO는 “노동력 부족 문제는 싱가포르만 아니라 전 세계가 직면한 과제”라며 “앞으로 이 문제에 대응하려면 첨단 기술을 활용하고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1대만 운행하며 시험 운전의 성과를 지켜본 후 도입을 확대할 계획이다. 카툰네티는 6개월 뒤 11대의 무인 트럭을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트럭 12대를 24시간 작동시켜 연간 300만t의 제품을 운반한다. 자율주행 관련법이 통과되면 2020년에는 공공 도로에서 제품을 운반하는 게 목표다.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는 싱가포르 정부도 자동화에 적극적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카툰네티의 자율주행 트럭 시험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액수는 밝히지 않았다. 싱가포르 경제개발청 도미안 첸 에너지 및 화학 담당 집행이사는 “운전자 없는 운송과 자동화는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저숙련 인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주요 요인”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이미 다양한 자율주행 실험을 진행했다. 싱가포르 국영 항만회사 PSA인터네셔널은 30대의 자동 유도 차량을 컨테이너 반출입에 사용하고 있다. 항구 밖의 도로에서도 자율주행 차량 실험을 계획 중이다. 도요타 자동차와 스웨덴 스카니아가 각각 PSA의 자율주행 트럭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유인 트럭이 무인 트럭 3대를 거느리고 10km 거리 터미널 사이의 일반 도로를 달릴 계획이다.
대중교통에도 자율주행 자동차를 이용할 방침이다. 싱가포르와 보스턴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 누토노미는 지난해 승객을 태운 자율주행 택시를 싱가포르 공공 도로에서 시험 운행하는 데 성공했다. ST키네틱은 2020년을 목표로 무인 버스를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