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 생산자물가가 6년여 만에 최대 폭으로 떨어지면서 조류독감(AI) 여파가 생산 농가를 강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출하면적 증가에 참외와 수박 등 농산물가격이 떨어졌고 유가와 원자재 값이 떨어지면서 경유 등 석유류와 슬래브 등 1차 금속제품값도 내렸다. 이에 따라 생산자물가는 석달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품목별로는 농축산물과 석유제품 및 1차금속제품의 하락이 두드러졌다. 출하면적이 증가하면서 참외(전월대비 -33.2%), 수박(-10.6%) 등을 중심으로 농산물(-3.3%)이 하락했다. 특히 AI 여파에 따른 수요 감소로 닭고기(-24.6%)가 급락하면서 축산물(-1.8%)도 떨어졌다. 닭고기 하락폭은 2011년 5월(-28.0%) 이후 6년1개월만에 최대다. 달걀도 0.8% 내렸지만 전년동월대비로는 118.4% 급등해 전월 124.8% 상승이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반면 어획량감소에 물오징어(11.8%) 값이 오르며 수산물은 4.7% 상승해 한 달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경유(-6.3%), 나프타(-6.9%), 휘발유(-4.3%)를 중심으로 내렸다. 실제 6월 평균 두바이유는 전월대비 8.4% 떨어진 배럴당 46.47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43.9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철광석 등 국제원자재가격 하락과 중국 수요부진이 겹치면서 슬래브(-4.3%), 열연강대 및 강판(-4.4%) 등 1차 금속제품(-1.5%)도 내렸다.
권처윤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6월 가뭄에도 불구하고 재배면적 증가에 따른 출하량 확대에 농산물이 하락한데다 AI여파에 따른 수요 감소에 닭고기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달걀 값도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고공행진으로 대규모 살처분 이후 입식과 달걀생산까지는 6개월 이상이 걸리기 때문”이라며 “유가 및 원자재가 하락에 석유제품과 1차금속을 중심으로 한 공산품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근원인플레 수준을 엿볼 수 있는 식료품 및 에너지 이외 생산자물가도 전월보다 0.3% 내려 3월 보합 이후 3개월 연속 내림세를 지속했다. 생산자물가가 소비자물가(CPI)를 한 두달 선행한다는 점에서 향후 물가하락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권 팀장은 “생산자물가는 원자재와 유가가 주도하는 공급측 하락압력을 받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생산자물가도 하락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