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제약사 종사자들의 주요 업무는 의약품 개발과 판매를 일컫는다. 하지만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꼭 필요한 업무가 있다. RA(Regulatory Affairs)가 그 중 하나다. RA는 의약품의 허가와 사후 관리를 위한 업무를 말한다. 연구와 개발 단계를 거친 의약품의 허가를 보건당국에 신청하고 시판승인을 받을 때까지 수많은 서류작업을 하고 보완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업무를 RA담당자가 맡는다. 시판승인을 받은 의약품의 재심사나 부작용 보고와 같은 사후 관리도 RA 담당자의 몫이다. RA는 연구소나 개발팀에서 공들여 만든 제품이 영업사원이 팔수 있는 제품으로 탄생하게끔 도와주는 가교역할을 하고 제품화 이후 상품 가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중요한 업무다.
제약사마다 적게는 1명에서 많게는 10명 안팎의 인력이 RA 업무를 담당한다. RA담당자는 주로 개발팀에 소속해 있는 경우가 많다. 신약을 만들거나 제네릭을 만드는 기업도 RA 담당자는 필수로 포진한다. RA 담당자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제도에도 민첩하게 대응할 줄 알아야 한다. 허가 제도가 조금이라도 변경되면 RA 담당자가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 RA 담당자는 제약사에서 약사법을 가장 많이 아는 인재라고 보면 된다. RA 업무를 담당하는 팀을 약사(藥事: 약과 관련된 업무)팀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유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RA 담당자들이 모인 단체가 있다. 지난 3월 비영리단체로 출범한 한국제약산업연구회는 국내 제약업계에서 RA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들이 가장 많이 모인 단체다. 지난 3월말 기준 회원사는 113개, 회원 수는 약 1400명에 이르는 대규모 조직이다. 현재 제약사에 근무하는 베테랑 실무진이 이 단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제약산업연구회는 설립된지 3개월 남짓에 불과하지만 역사는 짧지 않다.
지난 2002년 일반의약품 활성화 차원에서 창설된 일반의약품연구회가 제약산업연구회의 전신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일반의약품연구회는 해체됐고, 소속 회원들이 허가와 관련된 규정을 공부하는 법규학회에 편입되는 과정을 거쳐 2006년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산하 RA전문연구회로 재탄생했다. 신약개발연구조합에서 독립해 재출범한 단체가 한국제약산업연구회다.
RA전문연구회 설립 당시 과장, 차장급이었던 창립 멤버들은 어느덧 대부분 회사에서 임원을 달았다. 제약산업연구회의 초대 회장은 최중렬 현대약품 상무가 맡는다.
최중렬 회장은 “창의적이고 지속적인 노력들을 통해 한국 제약산업의 선진화와 글로벌화를 이뤄 핵심산업으로 성장시키고, 나아가 국민 보건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연구회를 창립했다”라고 설명했다.
RA전문연구회는 2000년대 이후 허가 규정이 급변하면서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의약품 허가 규정 개정 과정에서 RA전문연구회는 정책 개발 파트너역할을 톡톡히 했다.
과거 품목별 사전 GMP 의무화, 생물학적동등성시험 제도 개편 등 굵직한 제도 개편 과졍에서 RA전문연구회는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기존에는 사안별로 정부 실무 부서와 제약업계 실무진들이 임시로 TF팀을 꾸리고 제도 개선을 논의했지만 RA전문연구회가 정책 파트너로 나서면서 새로운 정책을 시행할 때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줄이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출신 한 관계자는 “사실 식약처 공무원들은 정기적으로 자리를 옮기다보니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간혹 발생할 수 밖에 없는데, 허가 업무를 오랫동안 담당한 RA담당자들이 정책 발굴 과정에서 의견을 제시하면서 정부와 업계와의 간극을 메워주는 조력자 역할을 수행했다”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국제약바이오협회나 글로벌의약산업협회 등 주요 제약단체들이 미처 대처하지 못한 정책 변화에도 신속하게 대안을 발굴하고, 정부에 업계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사례도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의약품 품목허가 갱신제, 전성분 표시제 등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업무 수행 방법이나 제도 개선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전개 중이다.
제약산업연구회는 단순히 RA 실무진들의 친목 단체가 아니다.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해 정기적으로 전문교육을 실시하며 ‘우수 인력 양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의약품 개발, 인허가, 약가 관련 직무능력향상과정, 영업마케팅 기초과정, 제약 취업자 대상 인재개발 교육 등 다앙한 교육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매년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실무자 양성 교육은 제약업계에서 RA업무를 시작한 인재들에게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제약산업연구회는 올해 PCB와 PPRS 2개의 규정집을 발간했다. (Pharmaceutical Code Book)는 약사법 관련 법령과 규정집이고, PPRS(PharmaceuticalPricing Regulation Scheme)는 의약품 가격과유통 관련 규정과 제약산업 정책을 정리했다.
PCB에는 지난해 제정된 의약품 품목 갱신에 관한 규정을 포함해 의약품 위해성 관리 계획 업무가이드라인을 새롭게 담았다. PPRS는 의료법, 부정청탁금지법 등 28개 법령과 지침들을 대폭 추가해 영업과 마케팅 담당자들까지도 활용 가능하도록 제작됐다.
이밖에 제약산업연구회는 전문가초청 워크숍 등 다양한 세미나를 개최해 제약업계 현안에 대한 대책을 모색하고, 정부 정책에 대한 대안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해외 제도 연구를 통해 제도개선 방안을 연구하고 다양한 용역과제도 수행한다.
제약산업연구회는 RA, MA, IR, GS, BD, T&P 등 분야별로 6개 분야로 나눠 체계적인 활동을 펼친다.
최중렬 회장은 “정부, 제약단체, 학교 등과 협력 강화를 통해 교육 사업, 제도 개선 사업, 출판사업 등 다양한 영역에 기여하고 새로운 직무 교육 개발 등을 통해서 제약산업과 정부가 동반 발전할 수 있는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제약산업연구회는 대한민국 제약산업의 미래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최중렬 한국제약산업연구회 초대 회장(현대약품 상무)과의 일문일답이다.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이해 정밀의학, 맞춤형 의약품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등 우리나라 미래의 핵심성장동력으로 제약야산업이 매우 중요한 경제적 위치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제약산업 전반에 대한 정책 연구와 제도 개선 제안 및 발굴하기 위해 연구회를 설립했다. 직무능력 향상을 위한 전문교육 진행과 인재 개발도 진행하며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와도 소통을 통한 협력을 모색할 예정이다. 회원사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제약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고 서로 열린 소통을 통해 정부와 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정책을 제안할 계획이다.
△전신 RA전문연구회를 포함한 그동안의 성과는.
-직무능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교육(제약개발 실무 기초, 중급, 심화, 약가 교육, BD 교육을 진행)을 진행함으로서 제약업의 개발·약가·BD·연구소의 실무자를 대상으로 기초부터 심화과정까지 다양한 수준의 교육을 실시함으로서 직무능력 향상에 기여했다. 기존에 진행됐던 교육과 관련 많은 책자을 발간했으며 지금도 예전에 발행됐던 책자에 대한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RA는 무엇인가.
-RA는 Regulatory Affairs의 줄임말이며, 기존에는 대관업무라는 내용으로 정부기관과 인적 네트워킹에만 주력했지만 현재는 회사의 모든 유관부서(제품 개발, 영업, 마케팅, 임상, 생산, QA/QC, 연구소, 약가)와 회사 품목의 허가와 사후 관리를 위한 종합적인 코디네이터 역할을 한다. 규정에 근거해 회사내에서는 허가기관처럼, 정부기관과 대화할 때는 회사와 제약산업을 대변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전전후 업무 영역이다.
△제약산업연구회의 활동 계획은.
- 학교(전국약학대학학생협회, 연관학과), 정부기관(식약처, 복지부, 심평원, 진흥원), 언론매체(전문지, 일간지, 공중파), 제약단쳬(KPMA, KPRIA, KPTA)등과 협력 강화를 통해 교육, 제도 개선에 기여할 계획이다. 다양한 세미나와 출판사업을 통해 제약산업과 정부가 모두가 진일보할 수 있는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제약산업 입문자 및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제약산업연구회는 열린 조직이며 끊임없이 회원과 회원사와 소통하고자 한다. 홈페이지를 통해서 다양한 의견을 적극 개진하고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연구회가 되고자 한다. 제약업에 이제 몸 담기 시작한 인재들에게는 업계의 인적네트워크와 업무의 신속한 습득을 위해서 동종업계의 모든 분들과 교류하고 소통하기를 바란다. 업무는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본인이 속한 조직이나 회사에 국한되지 말고 다양한 업무 영역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주변에 많은 선후배를 가질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