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비견할 만한 금융 시스템의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경고음이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블룸버그 투자 콘퍼런스에 울렸다. 미국 유명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폴 싱어 최고경영자(CEO)와 ‘채권왕’으로 명성이 높은 빌 그로스가 현재 금융 시스템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싱어 CEO는 “미국의 금융 시스템이 금융위기 이전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양적 완화 정책과 제로 금리 정책이 오래 유지되면서 통화정책의 효율성이 떨어졌다”며 “규제와 세금 정책은 부자연스러운 경제 성장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싱어 CEO는 “경제 성장이 불완전하게 회복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중산층이 흔들렸고 소득 불평등, 포퓰리즘의 확대가 나타났다”고 꼬집었다. 즉 저금리 기조의 통화정책과 규제 정책이 결합이 금융 시스템을 악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야누스글로벌언컨스트레인드본드펀드의 빌 그로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비슷한 견해를 주장했다. 그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미국 시장의 리스크가 최고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그로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금융 시장은 취약해졌다”며 “투자자들은 위험에 너무 큰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너무 주식과 채권을 싸게 사는 게 아니라 비싸게 산 뒤에 행운을 기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로스는 통화 정책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경제가 성장하지 않고 있는데 중앙은행인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돈을 풀어 자산가격을 부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로스는 최근 몇 년 동안 각국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 정책을 비판해왔다.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 주식과 채권시장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아직 시장에서 그로스가 우려하는 상황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마켓워치는 지적했다. 작년 미국 대선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친기업적 정책과 성장 공약은 안정적으로 주가 랠리를 이끌었다. 한편에서는 지난 1987년 블랙먼데이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같은 악재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는 기우라고 반박했다. LPL파이낸셜의 라이언 데트릭 선임 애널리스트는 “올해와 1987년 사이에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