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남의 직격탄] 정치인 팬덤, 스타 팬덤처럼 변해야

입력 2017-05-2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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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평론가

“죄 없는 박근혜 대통령님을 석방하라!” 뇌물 수수와 직권남용 등 18개 범죄 혐의로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판을 받기 위해 23일 경기 의왕의 서울구치소를 나서는 순간 지지자 100여 명은 태극기를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 서울중앙지법 주변에 모인 지지자들은 지나가는 청년들을 향해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잘못된 탄핵과 구속은 무효다”, “대통령님을 일반인과 동등하게 대우한다는 자체가 용납이 안 됩니다” 등의 글들이 쏟아졌다.

“여자들이 돈을 노린 꽃뱀이므로 엄하게 벌해야 한다”, “오빠를 유혹한 여자의 잘못이지 오빠는 잘못 없다”… 지난해 성폭행 혐의로 기소됐던 몇몇 연예인 팬들의 반응이다.

잘못과 범법 행위마저 무조건 감싸며 맹목적 지지를 보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자와 일부 스타 팬들의 행태가 너무나도 비슷하다.

최근 들어 가수와 배우 등 연예인 스타뿐만 아니라 정치인에 대한 강력한 팬덤(fandom)이 구축되고 있다. 팬들은 신인과 무명 연예인을 스타로 만드는 스타 메이커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 음악, 드라마 등 스타의 문화상품을 구매해 스타의 인기와 상품성을 유지해주는 원동력이다. 팬이 없는 연예인 스타는 존재할 수 없다. 정치인 지지자들 역시 이념과 가치관을 공유하는 정치인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또한, 정치인에게 영향력과 대중성을 부여해 권력을 잡을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정치세력이다.

하지만 프랑스 사회학자 에드가 모랭이 ‘스타’에서 “스타는 영웅시되고 신격화되며 찬미의 대상 그 이상이다. 스타는 또한 숭배의 주체이기도 하다. 종교의 싹이 스타의 주위에서 형성된다”라고 적시했듯 스타 숭배자로서 강력한 팬덤을 구축한 일부 팬들의 맹목적 지지 행태 때문에 스타가 추락하고 대중문화가 퇴행하는 부작용이 초래된다.

일부 팬과 팬클럽은 스타와 연예인의 문제 있는 행동과 불법 행위마저 ‘묻지 마 옹호’로 일관하고 언론이나 전문가의 정당한 비판과 건강한 문제 제기를 물리력으로 차단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와 라이벌 관계에 있는 스타에 대한 무차별적이고 비이성적인 공격을 가한다. 이 때문에 ‘스타를 숭배하는 무뇌아 집단’, ‘건강한 비판마저 위협으로 무력화하는 스타 중독자’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일부 정치인 지지자들도 맹목적 숭배와 중독에 빠져 범법 행위와 비리, 국정 농단마저 옹호하고 정치인에 대한 건전한 비판을 폭력과 막말, 사이버 테러로 봉쇄하는 행태를 보여 정치인을 추락시키고 정치를 퇴행시키고 있다. 독일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묘파(描破)했듯 맹목적인 지지자들이 부정한 정치인과 결탁, 민주주의를 압살하는 전체주의를 이끄는 폭민(暴民ㆍmobs)으로 전락해 폭력 등 극단성을 보이며 정치문화에 해악을 끼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스타의 팬들이 변화하고 있다. 맹목적 스타 중독과 숭배에서 벗어나 좋아하는 연예인의 잘못에 대해서는 준엄한 비판과 문제를 제기한다. 능동적 수용자로서 면모를 보이며 건강한 의견 제시와 바람직한 실천으로 스타 시스템과 대중문화의 진화를 끌어내고 있다. 전북대 강준만 교수가 ‘빠순이는 무엇을 갈망하는가’에서 주장한 것처럼 일부 스타 팬덤 공동체는 의미와 보람을 공유하며 긍정적인 사회 실천을 하는 공동체로 발전하며 대중문화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폭민의 행태를 보이는 일부 정치인 지지자들도 변해야 한국 정치가 발전하고 국민을 진정으로 위하는 바람직한 정치인이 배출된다. 맹목적 옹호와 숭배에서 벗어나 건강한 비판과 문제 제기로 경쟁력 있는 스타를 만들어 대중문화 발전을 견인하는 연예인 팬처럼 변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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