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선제로 헌법이 개정된 지 올해로 꼭 30년. 여야 대선주자들은 현행 헌법을 ‘낡은 옷’에 비유하며 ‘새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언제, 어떤 디자인으로 새 단장을 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려 선거제도 개편과 함께 묵은 난제로 꼽힌다.
유력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때 개헌을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입장이다. 문 전 대표는 ‘4년 중임 대통령제’로의 권력구조 개편을 원하고 있다. “(국가) 대청산과 개혁을 해내려면 5년의 임기도 짧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같은 당 이재명 성남시장, 국민의당에 입당한 손학규 전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은 개헌을 위해서라면 대통령 임기도 3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면서 문 전 대표와 각을 세우는 중이다.
특히 손 의장은 개헌에 가장 적극적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불출마 전 개헌을 고리로 한 연대를 논의했던 그는 최근에도 “이 시대 최고의 혁명은 개헌”이라면서 개헌 이슈 띄우기에 열중하고 있다. ‘대선 전 개헌’을 주장, 제왕적 대통령제 시대를 끝내고 독일식 의원내각제를 도입해 다당제와 협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손 의장과 당 경선에서 맞붙어야 하는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손 의장과는 거의 정반대되는 입장이다. 안 전 대표는 대선 전 개헌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에 부쳐야 하며, 타협의 정치문화가 정착되지 않아 내각제 도입도 시기상조라고 밝히고 있다.
이 외에 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는 집권 후 국민적 논의기구를 만들어 개헌 방향 등을 논의하겠다면서도 지방분권형 개헌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중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4년 대통령중임제로의 개헌 시엔 임기 단축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한편 정치권에서 개헌보다 관심이 높은 건 선거제 개편이다. 300명 국회의원 모두의 이해관계가 직접 걸린 사안으로, 일각에서 “헌법보다 바꾸기 어려운 게 선거제”라는 탄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말을 아끼고 있는 문 전 대표와 달리 목소리를 높이는 주자들도 여럿이다. 손 전 의장은 권역별 정당명부식비례대표제, 결선투표제 등의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 개혁이 개헌보다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고, 이 시장과 유 의원, 그리고 바른정당 남경필 경기지사 등은 중대선거구제 개편에 힘을 싣고 있다.